시조집 펴낸 홍사성 불교평론 주간

고마운 아침

홍사성 지음/ 책만드는집

신문, 라디오, TV 거친
대표적인 ‘불교 언론인’

‘불교평론’ 주간 맡으며
틈틈이 써온 시편 모아
첫 번째 단시조집 출간

“사람, 사물 갖고 있는
희로애락 바라본 것들“

대표적인 불교언론인으로 꼽히는 홍사성 <불교평론> 주간이 최근 생애 두 번째 시집이자 처음으로 펴낸 단시조집인 <고마운 아침>을 최근 출간했다.

“지친보다 가깝던 사형님이 입적했다// 회자정리라/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나// 거짓말 할 곳 없는 게 가장 허전하다.” (홍사성 시인의 시 ‘호천망극’)

불교신문 주필을 비롯해 불교방송과 불교TV 등 신문과 방송을 아우른 대표적인 불교언론인으로 꼽히는 홍사성 <불교평론> 주간. 지난 2007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한 그가 최근 틈틈이 써내려온 시편을 모은 단시조집 <고마운 아침>을 펴냈다.

2011년 출간한 첫 시집 <내 년에 사는 법(法)>에 이은 두 번째 시집으로 시조로 작품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18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가운데 유일하게 선정된 시조집으로 의미가 남다르다.

젊은 시철 출가 수행자의 길을 걸었던 홍사성 주간은 당시 시로 인연을 맺은 제3교구본사 신흥사 회주 무산스님과 각별한 사형사제의 친분을 이어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꼭 필요하다면 절을 팔아서라도 해야지”라는 무산스님의 전폭적인 후원아래 불교잡지 <불교평론>를 만들었고, 매달 한 번씩 대중들이 세상과 불교계 이슈를 가지고 모이는 ‘열린논단’도 현재까지 이어가고 있다. 만해스님의 잡지를 복간해 15년간 펴내다 2015년 폐간한 시문학잡지 <유심>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무산스님은 입적했지만, 그 뜻을 잘 알고 있는 사제에 의해 오롯이 계승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불교평론> 사무실에서 만난 홍 주간은 예년과 다름없이 잡지 관련 업무와 시인, 소설가, 불교계 인사들과의 교류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무실 한 켠에 자리 잡은 환하게 웃고 있는 무산스님의 영정사진을 보니 어른을 보낸 그리움이 엿보이는 듯하다. 다비식 때 쓴 영정사진을 가져왔다는 그는 아직도 그 앞에서 출퇴근할 때마다 향을 사른다고 한다.

그는 “시인으로 등단한 이후 ‘한국의 시인이라며 시조를 써봐야 한다’는 스님의 권유로 시조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그럼에도 스님을 마지막으로 뵌 직후 지원 사업 선정됐다는 얘기를 들어 끝내 기쁜 소식을 전하지 못해 그저 안타까울 뿐”이라고 전했다.

때문에 75편의 작품을 실은 이번 시조집에도 스님에 대한 애틋함이 곳곳에 묻어난다. 어버이의 은혜가 하늘과 같이 넓고 크며 하늘처럼 다함이 없다는 뜻의 시조 ‘호천망극’과 무산스님의 문학정신을 대변하는 ‘만해마을에서 하룻밤’, ‘영정사진’에서 그 마음이 절정에 이른다. 박시교 시인은 작품해설을 통해 “두 작품을 읽으면서 먼저 지난 5월26일 입적한 무산 오현스님이라는 선승 한 분을 떠올렸다”면서 “인제 백담사 아래에 ‘개울물 떠나가는 소리 새벽까지 들리는’ 만해마을을 열었던 이, 그의 표현대로 ‘지친보다 가깝던 사형님’이 먼저 떠올랐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호천망극’에서는 그 사형님에게 거짓말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그가 유일하다시피 했고,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지친보다 더 가깝던 그(스님)의 빈자리를 위무하듯 단시조 여러 편으로 그 말빚을 갚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여기에 더하여 늦은 시작이지만 이미 자신만의 특출한 목소리와 자리매김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주목할 점”이라고 평했다.

이와 더불어 불교적 세계관을 담은 ‘심안(心眼)', ‘운수납자’, '봉정사', ‘남산 돌부처’ 등과 ‘요즘은’, ‘누구 없소’, ‘새 친구’ 등 중년의 삶을 노래한 작품들도 눈여겨 볼만하다.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물론 특별한 해설이 필요 없을 정도로 쉽게 읽히는 시어들로 가득하다.

현재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내가 쓴 시와 시조는 화려한 수사나 빛나는 구절이 없다”면서 “평소 일상에서 내가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솔직하게 고백한 것으로 사람과 사물이 갖는 희로애락을 바라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평소 스님이 ‘정말 내가 그 얘기를 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은 그런 얘기를 써라’라는 당부를 하곤 했다”면서 “그 가르침처럼 앞으로도 마른 행주를 짜듯 억지로 이야기를 만들 것이 아니라 진정 하고 싶은 말을 압축해 시로서 그림 그리듯 잘 그려내고 싶다”고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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