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제 종정예하가 36대 총무원장 취임법회에서 법어를 내렸다.

대한불교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 취임식 종정예하 법어

금일(今日) 원행(圓行) 총무원장(總務院長)스님의 취임(就任)을 사부대중(四部大衆)과 더불어 축하(祝賀)합니다.

신임(新任) 총무원장스님은 종단(宗團)의 중요한 여러 소임(所任)을 공심(公心)과 심심(甚深)한 원력(願力)으로 훌륭하게 성만(盛滿)하였습니다.

종시(終始)로 다사다변(多事多變)한 것이 사바세계의 공간(空間)이지만, 현대사회의 일 년(一年)의 변화는 과거의 백년(百年)을 넘어서고, 국민들의 가치관(價値觀)도 물질우선(物質優先)의 이기적 보신주의(補身主義)적 사고로 급변(急變)하였습니다.

우리 불교(佛敎)는 변혁기(變革期)에 직면(直面)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기(時機)일수록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가장 절실(切實)한 것은 종단(宗團)의 화합(和合)과 종지종풍(宗旨宗風)의 진작(振作)입니다.

화합(和合)은 상생(相生)하는 연기(緣起)의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天時不如地利(천시불여지리)하고 地利不如人和(지리불여인화)니라’

‘하늘의 운은 땅의 유리함을 이길 수 없고 땅의 유리함도 사람들의 화합만 못하도다.’

화합은 아상(我相)을 버리고 하심(下心)을 취하고, 서로가 낮춤으로써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종단(宗團)의 구성원은 사부대중입니다. 사부대중이 각자의 역할과 소임을 다하고, 서로가 대화와 소통으로 서로를 인정하는 공동체의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 조계종(曹溪宗)의 종지(宗旨)는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인바 전통수행가풍(傳統修行家風)을 복원(復原)·확립(確立)하여야 합니다. 종풍(宗風)의 진작(振作)은 고속(高速)을 버리고 정로(正路)를 취하는 것입니다. 불교가 사회의 급변에 뒤따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법(如法)하게 정로(正路)를 가는 것이 선도(先導)하고 멀리 가는 길입니다.

출가수행자(出家修行者)들은 서산조사(西山祖師)의 법문을 항상 기억하여야 합니다.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겠는가. 편함과 한가함을 구해서가 아니고,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으라는 것도 아니며, 명예와 재물을 구해서도 아니다. 생과 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며, 부처님의 지혜를 이으려는 것이고, 끝없는 중생을 건지려는 것이다.”

이에 우리 수행자들은 전국각처(全局各處)의 선불장(禪佛場)에서 용맹정진으로 수행의 등불을 높이 올려 불조(佛祖)의 혜명(慧命)을 잇고 정법구주(正法久住)하여야 합니다.

또한 우리 불교는 자비(慈悲)의 목탁으로 고통 받고 소외된 중생(衆生)들의 삶을 위무(慰撫)하여 사바세계의 안식(安息)과 화평(和平)을 위해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할 때에 불교의 위상(位相)은 회복(回復)하고 국민들의 신뢰(信賴)는 제고(提高)될 것입니다.

석일(昔日)에 남전(南泉)선사 회상(會上)에 감지 행자(甘贄行者)가 공양구(供養具)를 잔뜩 싣고 와서 대중 스님들께 공양을 잘 올렸다. 스님들이 공양을 마치자 처사가 들어와서 인사를 하고는 한 가지 청(請)을 했다.

“저를 위해서 한 편의 경(經)을 독송(讀誦)해 주십시오.” 
대중 스님들이 일제히 반야심경(般若心經)을 독송해 주니,
“그 경(經)은 청하지 않았습니다.” 하고 처사가 말했다.

이것 참 기가 막힐 일이다. 시주의 공양받기가 그리 힘이 드는 법이다.

그렇다면 어떤 경(經)을 독송해야 하는가?

남전 선사의 시자가 대중과 함께 있다가 조실 방으로 가서 이 일을 아뢰니, 남전 선사께서는 즉시 일어나 큰 돌을 하나안고 공양간으로 가셔서 대중의 공양솥을 깨버리셨다.

어째서 “그 경(經)은 청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서 큰 돌을 가지고 가 대중의 공양솥을 깨버렸느냐?

이 도리(道理)를 알아야 시주(施主)의 공양(供養)을 받을 자격이 있다. 하루에 만 냥 황금이라도 녹일 수 있는 능력이 되어서 빚이 안 되는 법이다.

시회대중(時會大衆)은 그 도리를 아시겠습니까?

“원주(院主)야, 내일부터는 대중 스님들 운력을 시키지 마라.”

佛紀 2562年 11月 13日

大韓佛敎曹溪宗 宗正 眞際 法遠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