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주름 얼굴
무덤덤 바라보며
마주 앉아 밥 먹고
빈말도 섞으며 사네

이보다 더 고마운 일 세상 어디에 있는가

-홍사성 시 ‘고마운 아침’에서


아침의 시간에 마주 앉는 사람이 있다. 그이는 주름이 많고 깊어졌다. 새날의 아침에 마주 앉지만 느낌이 없이 예사스럽다. 식탁에 함께 앉아 조용히 밥을 먹는다. 그러나 이따금은 속에 없는 말을 겉으로 할 때도 있다. 그이의 기분과 뜻에 맞추기도 한다. 실은 이렇게 할 수 있음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이 평범하고, 모나지 않고, 소용돌이가 없는 둥근 시간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시간이다. 우리가 맞이하려는 호일(好日)의 시작도 이러할지니 목소리를 낮추고, 마주 앉은 사람을 가만히 바라볼 일이다. 

[불교신문3439호/2018년11월10일자]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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