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사람을 두지 않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누구에게 미움을 받지 않고 나도 누구를 미워하지 않고 그렇게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도 우리는 미움과 고움을 번갈아 지니면서 살고 있지 않은가. 내가 나 아닌 사람을 따뜻이 대해주고 보듬어 주고 감싸 안아 주고 그가 잘되기를 기원해주고 그렇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그런 사람이 되면 그 또한 더 할 수 없이 좋은 일이 아닌가. 미워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이 둘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안다. 사랑 속에 미움의 씨앗이 있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다. 사랑이 없으면 미움도 없다. 사랑하기에, 기대와 바람이 크기에 그게 충족되지 않으면 사랑은 미움으로 변한다. 미워하는 마음은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시비에서 나온다. 내가 옳으니까 너는 나를 따라, 내가 하자는 대로 해야한다. 그게 너와 나를 위하는 것이고 너와 내가 잘 되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보면 상대방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어서 나더러 자기 쪽을 따르라 한다. 이로인해 시비가 생기고 시비로 인해 서로가 갈라서게 되고 미움이 생기게 된다. 세상 일이란 나만 옳다든가 너만 옳다는 그런 일은 없다. 나에게도 그른 일이 있고 너에게도 그른 일이 있다. 이를 알면 시비도 없게 되고 밉고 고움도 없게 된다. 미움과 사랑이 한 뿌리에서 나온 것임을 안다면 우리는 밉고 고움을 따지기 전에 그 뿌리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밉고 고움이 없을 수 없다. 우리는 사랑과 미움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짐이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는 어른의 말씀도 그래서 깊이 새기게 된다. 사랑하는 마음과 미워하는 마음은 둘 다 나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내가 어느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사랑이 나오고 미움이 나오지 않는가.

[불교신문3439호/2018년11월10일자]

이진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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