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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깨끗이 씻기면 내 마음까지 맑아져요”서울시 봉사상 대상 수상자 김종숙 씨
20년 간 어린이병원에서 중증 장애 환자를 위해 목욕 봉사를 해 온 김종숙 씨가 지난달 ‘제30회 서울특별시 봉사상’ 대상을 수상했다. 서울 연화사 신도이기도 한 그녀는 “관세음보살님을 닮고 싶다”는 서원을 세우고 1998년부터 자비행을 실천해왔다. 뒤로 보이는 건물이 김 씨가 매주 월요일 목욕 봉사를 하고 있는 어린이병원.

노인요양병원, 장애아동시설서
간호 보조, 목욕 봉사 등 펼쳐
반신마비 장애아동 1만명에게
20년간 씻기고 입히는 보살행

 

지난 5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소속 자원봉사자 김종숙(64) 씨가 어김없이 목욕 봉사를 마치고 중증 장애 아동이 머무는 31병동을 나왔다. 회기동에 사는 김 씨는 매주 월요일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버스로 환승해 내곡동에 있는 어린이병원에 온다. 2~3시간 동안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없는 장애 아동 8~10명을 물로 씻긴 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고 나면 다시 2시간 이상을 달려야 집에 갈 수 있다. 그렇게 쌓은 세월이 20년. 그간 김 씨가 씻기고, 기저귀를 갈아 입힌 장애 아동만 1만400명이 넘는다. 온 몸이 녹초가 되도 이상하지 않지만 아이들을 씻기고 나면 “몸이 찌뿌듯하다가도 환희심이 난다”는 김 씨다.

“아이들을 깨끗이 씻기면 내 마음까지 맑아지는 것 같아요. 온 몸을 써야 하는 일인 만큼 고되기도 하지만 목욕 봉사를 끝낸 후 느끼는 보람은 해본 사람만 알 수 있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다니까요.”

서울 연화사 신도인 김 씨가 “이제부터라도 관세음보살님처럼 자비를 베풀며 살자” 마음먹고 시작한 목욕 봉사는 어느새 일상에서 뗄 수 없는 습관이 됐다. 1998년 고3이던 아들 수학능력시험이 끝나자마자 목욕 봉사를 시작한 김 씨는 어르신 요양시설인 파주진인노인전문요양원에서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가 있는 할머니들을 씻기고 집으로 돌아올 때마다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승가원 장애 아동 시설에서 목욕 봉사자를 구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이 좋은 걸, 우리 가족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남편과 두 아들을 손을 잡고 가족 모두 목욕 봉사에 나선 적도 여러 번. 그러다 정착한 곳이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이다.

“장애인이나 중증 환자를 위한 목욕 봉사는 체력 소모가 심해 자원자를 찾기 어렵다고 들었어요. 처음 마음먹고 시작한 일이 목욕 봉사이기도 했고, 이왕이면 남들이 잘 하지 않는 거 ‘제가 하면 되겠다’ 생각했죠.”

처음 어린이병원을 방문했을 때는 적잖이 당황도 했다. 김 씨가 20년째 봉사를 하고 있는 어린이병원 31병동은 전체 9개 병동 중에서도 마비가 심한 뇌성마비 또는 척추측만증, 근육장애를 앓고 있는 아동이 다수다. 입원해 있는 환아 대부분 베이비박스에 버려져 옮겨온 아이들로 보호자가 없는 데다 심한 장애를 앓고 있어 의사 표현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 ‘어린이’라고는 하지만 돌봐줄 사람이 없어 사실상 혼자 목숨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 마주한 3세 영아부터 30살 이상 환자를 돌봐야 하는 때도 있었다. 귀가 일그러지고, 입이 갈라지거나, 팔다리가 없는 아이들을 보며 여린 마음에 놀라기도 많이 놀랐지만 안타까움과 씁쓸함이 많이 일었다.

지난달 열린 서울시 봉사상 시상식. 대상 상패를 안고 있는 김종숙 씨.

“아이들이 표현을 못하니 귀에 물이 잘못 들어가도 그냥 가만히 있어요. 제가 승가원에서도 봉사를 해봤지만 그 곳 아이들은 목욕을 시키려 하면 그래도 발버둥 치며 의사표현이라도 하거든요. 그런데 이 곳 어린이집 중증 장애 아이들은 몸을 움직이질 못하니 기껏해야 고개를 젓고 눈빛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게 다에요.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아프면서도 눈빛으로나마 마음을 읽을 수 있어 참 다행이고 고맙다는 생각이 들죠. 그 눈빛이 참 예쁘고 선할 수가 없어요.”

예쁘고 선한 눈빛을 자주 보고 싶어 시작한 인연이 올해로 20년. 1999년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매주 월요일마다 마비된 몸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들 엉덩이와 등에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부지런히 씻기고 입힌 세월이다.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며 시작한 일이 아니었지만 꾸준한 자비행은 곳곳에서 알아봤다. 지난달에는 서울시에서 내로라하는 21명의 봉사자들 사이에서 당당히 ‘제30회 서울특별시 봉사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행정자치부 장관상과 동대문구청장 표창 수상도 김 씨 이력중 하나다.

“조계사에서 법당 봉사를 1년 했어요. 사찰에서 설거지 봉사도 많이 해봤고 사회복지재단에서 수해지역을 찾아 긴급 구호 활동을 할 때도 강원도 강릉으로, 경기도 파주로 가기도 많이 갔죠. 그래도 목욕 봉사를 할 때 가장 보람이 있답니다. 다른 봉사처럼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야기를 듣지는 못하지만 아이들이 제가 온 걸 알고 고개를 들거나 눈빛을 보낼 때마다 얼마나 고마운지요.”

지난달 서울시 봉사상 대상 수상식에서 “나날이 각박해지고 거칠어 가는 세상에 여전히 희망과 행복을 이야기 할 수 있음은 여러분 같은 분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축하 인사에도 김 씨 수상 소감은 한결 간결했다. “아이들의 개운한 표정과 웃음을 보면 내가 더 행복해 집니다. 하면 할수록 즐겁고 기분 좋으니 결국 다 나를 위한 일입니다.”

지난달 열린 서울시 봉사상 시상식에서 김종숙 씨(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와 수상자들. 사진 맨 오른쪽은 박원순 서울시장.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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