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산의 소리

선진규 지음/ 한누리미디어

“원장님 계신가 가봐라.” “계시면 모시고 올까요?” “아니다.” “……” “참 좋은 분인데…” 지난 2009년 5월23일 새벽.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엉이바위서 투신 직전 동행한 경호원과 이 같은 대화를 나눴다. 불과 20분 전 사저 책상머리에서 마지막 유서를 쓰고 난 뒤다. 경호원을 따돌리고 부모 위패가 모셔진 정토원 법당을 먼발치서 바라보며 하직인사를 올렸을 그의 표정과 마음은 어떠했을까.

이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각별한 인연을 맺었던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선진규 봉화 정토원 원장이 지난 50여 년 동안 종단 포교사로 포교일지를 쓰면서 틈틈이 써온 시편을 모아 최근 시집 <봉화산의 소리>를 펴냈다. 책 제목은 지난 10월14일 열린 제17회 관설당전국서예대전에서 특선을 받은 저자가 직접 쓴 붓글씨를 담았다.

올해 85세를 맞은 저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귀향 의사를 듣고 쓴 시 ‘봉화산 사자바위’가 2011년 한국현대시문학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77세의 나이로 등단한 늦깎이 시인이다. 이번에 선보인 시집은 1부 봉화산 사자바위, 2부 울음, 3부 가슴에 묻은 아들 딸들아, 4부 돌섬 독도야 등으로 구성됐다. 불교사상을 바탕으로 한 시 70여 편이 수록돼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새로운 희망을 담은 시 ‘봉화산 부엉이바위’가 독자들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부엉이 울음만 남기고 둥지 떠난 여기/ 그토록 푸른 꿈 지난날이 아쉬워/ 오늘 따라 이곳 짙은 상념에/ 불을 지핀다// 과거는 단절된 망각에 가리어지고/ 현재와 미래가 혼돈의 시간 속에/ 머물로 있는 곳/ 바라만 보고 넋을 잃은 사람들/ 바라만 보고 눈물짓는 사람들/ 이들에게 절망과 좌절은/ 죽음과도 같은 것/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안타까울 뿐…// 답답한 마음 절규로 토해낸다/ '다시 깨어나야 한다!'고/ 끝과 시작은 둘이 아니요/ 높낮이는 요철의 법칙이라/ 어디서 들려오는 생명의 소리가 있다.”

이와 더불어 ‘병신년을 보내는 촛불’, ‘가슴에 묻은 아들 딸들아’, ‘막힌 4대강’, ‘돌섬 독도야’, ‘분단의 방황’, ‘대선공약’ 등 은 물론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목적시도 눈여겨 볼만하다.

신경림 시인은 시평을 통해 “시인의 시는 곧 울음”이라며 “부당하게 학대받고 버려진 사람들을 위한 처절한 분노의 울음이요, 그들을 구하고 하께 가겠다는 굳은 의지의 울음”이라고 의미를 전했다.

저자는 동국대 총학생회장, 동국대 객원교수, 조계종 상임포교사와 전국신도회장, 대한불교청년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1년 민주당 전국노인윈원장 이어 최근 더불어민주당 노인위원장에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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