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출가자라고 해서 출가의 원력이 부처님의 출가보다 작다고 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고 시대가 지났더라도, 한 사람이 출가를 결심하는 순간 만은 간절한 진리에 대한 갈증과 중생에 대한 사랑이 허공을 가득 채운다. 나 또한 그러했다. 출가를 결심한 그 순간 내 목에 누군가 칼을 내밀고 죽을래? 출가할래? 한다면 나는 기꺼이 죽음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만큼, 번뇌를 소멸하고 중생의 고통과 함께하는 삶에 확신이 있을 때 출가의 길을 선택한다. 

내가 출가의 마음을 먹고 불심이 깊은 어머니께 스님의 삶이 참으로 멋지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그렇지”라고 대답하셨다. 그래서 “그럼 제가 출가하는 것은 어때요?”했을 때 어머니는 “안돼!”라고 하셨다. 너무도 놀라서 왜냐고 물었다. “내 딸이니까…” “아!” 순간 숨이 멈추었다. ‘어머니를 설득하는 것은 어렵겠네…’ 결국 몰래 편지를 써놓고 출가했다. 어머니는 사흘밤낮을 울면서 식음을 전폐하시고 산을 쳐다보지도 않으셨다고 한다. 

이렇게 출가하여 부처님 가르침대로 수행하여 세상을 이롭게 하는 원력을 세우고 정진한다. 하지만 현실은 스님들의 원력을 서서히 약해지게 한다. 학업과 포교를 하려해도 머물 곳이 없다. 대학원에 들어가거나 전법포교 현장으로 나가려 할 때는 숙소가 없다. 결국 여관, 고시촌, 찜질방 신세를 지게 된다. 

이런 현실이 안타까워 올 2월 ‘나란다 비구니 수행관’을 대출을 내서 어렵게 전세로 마련하였다. 소식을 들은 후원자들이 하나, 둘 생기더니 어느덧 백여명이 넘었고 수행관에는 현재 6명의 스님들이 학업과 포교에 매진하고 있다. 후원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경과보고와 더불어 ‘나란다 후원 감사 음악회’를 열었다. 함께 해주는 후원자들을 생각하니 고마움에 자꾸 눈물이 난다. 그리고 발원한다. ‘부처님이시여! 전법 하려는 용기있는 출가자의 원력의 꽃이 시들지 않게 하소서.’

[불교신문3438호/2018년11월7일자] 

자우스님 논설위원·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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