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캄퐁스프 주 니트은 면 우물관리자 및 이용자들에게 위생관리·우물 사용 안내·우물 자가 수리 방법 등을 교육하는 모습.

‘연(蓮)꽃’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보문사’라는 절이 떠오르는데 그 절 안에는 조그마한 연못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어린 시절 어머님과 함께 소풍을 다니던 곳입니다. 그렇게 연꽃과 저의 첫 ‘연(緣)’이 시작됐나 봅니다. 어머님과의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연결고리가 됐습니다. 이렇게 남다른 인연 때문인지 지금은 연꽃이 지천으로 핀 캄보디아에 와서 활동하며 많은 분에게 이곳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는 ‘연꽃이 피는 물은 무조건 깨끗한 물이다’라는 이해하지 못하는 암묵적 공식이 존재합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많은 곳에서 연못물과 빗물을 이용해 음식을 조리하거나 식수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왜 수돗물을 이용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갖는 분도 계시겠죠. 많은 지역에서는 수도요금이 부담돼 빗물이나 연못물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구촌공생회는 이런 지역에서도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신규 우물건립 사업을 진행함과 동시에 위생의식을 제고하고 건립된 우물을 이용자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캄퐁스프 주에 있는 니트은 면에서 교육이 이뤄졌습니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도 많은 우물관리자 및 이용자들이 참여했습니다. 교육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위생관리, 둘째 우물 사용안내, 마지막으로는 우물 자가 수리 방법입니다.

위생 관리 시간에는 전반적인 위생교육이 진행됩니다. 언뜻 보기에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들의 오래된 습관 탓에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우물 사용안내 교육은 혹시 모를 오염에 대비하고, 정기적인 수질검사를 통한 우물사용 지침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물을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지역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관리·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입니다. 지역주민들의 협력 없이는 수많은 우물을 제대로 관리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곳과 저의 연(緣)이 다해 더 이상 우물건립과 위생교육이 필요 없어지거나 또는 모든 가정이 정부가 제공하는 수도를 이용할 수 있는 날이 되면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오늘도 저 무심한 연꽃을 향해 빌어 보겠습니다.

[불교신문3438호/2018년11월7일자] 

김민호 지구촌공생회 캄보디아 지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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