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말과 행동에 어긋남이 없는가

언행이 모두 이치에 도달해야
중생을 위해 어떤 상황에서든 
부처님 마음(종통) 지혜(설통)
방편 자유자재로 쓸 수 있어 

부처님 마음에 통한 것을 ‘종통’이라 하고, 이 마음에서 나오는 말이 어떤 상황에서도 거침없이 통하는 것을 ‘설통’이라고 합니다. 종통은 부처님 마음이요 설통은 부처님 지혜이니 서로 걸림이 없는 것입니다. 이것이 <돈오입도요문론>에서 대주스님이 말하는 중도의 원리입니다. 

원문번역: 문) 어떤 것이 설법에 통하지만 종지에 통하지 않습니까? 답) 말과 행동이 서로 어긋나는 것은 설법에 통하지만 종지에는 통하지 않은 것이다. 문) 어떤 것이 종지에도 통하고 설법에도 통합니까? 답) 말과 행동에 서로 어긋남이 없는 것이 설법에도 통하고 종지에도 통하는 것이다. 

강설: 선종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자신의 참마음을 깨닫는 것을 종지로 삼고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에서 바로 부처님의 마음으로 통하는 것을 종통(宗通)이라 하고, 이 마음으로 모든 중생들의 괴로움을 없애 주기 위하여 막힘없이 법을 설할 수 있는 것을 설통(說通)이라고 합니다. 

종통은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깨우친 것이요, 설통은 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로 다른 사람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는 것입니다. 종통은 부처님의 마음이고 설통은 부처님의 지혜이니, 부처님의 법을 펴서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반드시 종통과 설통을 함께 갖추어야만 합니다. 종통은 법을 보는 안목을 갖춘 보살들을 위한 것이고, 설통은 아무것도 모르는 초학자를 위한 방편이기 때문입니다. 법을 보는 안목을 갖춘 보살 앞에서 말로 법을 이야기하려는 선지식이 있다면, 이는 종지에 통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종지에 통달하지 못하면 시절인연을 알고 법을 설하는 훌륭한 법사도 될 수가 없는 법입니다. 이런 내용을 육조스님은 게송으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설법에는 통하지만 종지에 불통(說通宗不通)

먹구름이 해 가리듯 깜깜하구려(如日被雲朦)

마음 알고 그 설법에 막힘없다면(宗通說亦通)

구름 없는 허공 속에 떠 있는 태양(如日處虛空)

원문번역: 문) <열반경>에서 말한 ‘도달하되 도달하지 못한 법(到不到)’과 ‘도달하지 않되 도달한 법(不到到)’은 어떤 것입니까? 답) 이치에 맞게 말은 잘하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 이를 일러 ‘도달하되 도달하지 못한 법(到不到)’이라고 한다. 실천은 잘하지만 말로 그 이치를 설명하지 못하는 것, 이를 일러 ‘도달하지 않되 도달한 법(不到到)’이라고 한다. 말과 행동이 모두 이치에 도달한 것, 이를 일러 ‘말과 행동이 도달한 법(到到)’이라고 한다. 

강설: 이 단락은 설통과 종통을 달리 설명한 것으로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치에 맞게 말은 잘하지만 실천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도달하되 도달하지 못한 법’이라고 하니, 이는 설법에는 통하지만 종지에는 통하지 못한 것입니다. 실천은 잘하지만 말로 그 이치를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도달하지 않되 도달한 법’이라고 하니, 이는 종지에는 통하지만 설법에는 통하지 못한 것이므로, 인연이 주어진 상황에 맞추어 중생을 위하여 방편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곳입니다. 설법과 종지에 모두 통하여 말과 행동이 모두 이치에 도달한 것, 이를 일러 ‘말과 행동이 도달한 법’이라고 하니, 부처님 마음에서 드러나는 지혜로 중생을 위하여 어떤 상황에서든 아낌없이 방편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곳입니다.

[불교신문3437호/2018년11월3일자] 

원순스님 송광사 인월암 삽화=손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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