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절에서 영화 상영이 있으니 관심 있는 신도님들은 저녁 6시까지 천은사 설선당 큰방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천은사 시네마클럽’ 개봉작으로 상영할 영화는 티베트 다큐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입니다. 많은 관람 바랍니다.” 신도회 밴드에 공지를 올리며, 관객이 얼마나 모일지 사뭇 기대가 되었다. 

이 극장(?)은 그 뜨거웠던 지난 여름, 108배 백일기도를 끝낸 불자님의 스크린 불사 덕분이다. 저녁공양을 마치고 극장주로서의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목을 길게 늘여 손님들을 기다렸다. 맛있는 간식거리와 차도 준비해 두었다. 천은사 극장을 처음 여는 날, 사장(寺長)님의 가슴은 잔뜩 설레고 있었다.

나는 예전에 영화 보는 것을 참 좋아했다. 해인사 학인 시절,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을 보기 위해 대구 병원 간다는 핑계를 대고 서울까지 간적도 있었다. 영화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또 다른 삶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살아있는 법문이다. 어떤 때는 영화 중에 나오는 명대사가 부처님 말씀보다 더 간절하게 와 닿는 것도 있다. 이번에 이런 조촐한 극장을 연 것도, 영화 속에 담겨있는 살아있는 부처님 가르침을 서로 공유하고,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시켜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보자는 뜻에서 만든 것이다.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전생을 기억하는 9살 앙뚜와 그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스승 우르갼의 이야기를 9년 동안 찍은 다큐멘터리다. 사실, 우리들은 매일 ‘내 인생의 영화’ 주인공이 되어 영화를 찍으며 살고 있다. 유행가에 “우리 사랑 연습도 없이 벌써 무대에 올려 졌네”라는 가사가 있다. 연습 없이 올려 진 무대에서 생방송으로 사는 삶, 이것이 인생이다. 

영화 ‘AI’의 대사 중 “과거는 기억할 수 있지만 바꿀 수 없다. 미래는 기억할 순 없지만 바꿀 수는 있다. 그러니 지금 행동해야 한다”는 대사가 있다. 내 인생의 영화를 해피엔딩으로 할지, 후회 가득한 슬픈 막을 내려야 할지는 지금 내가 선택하기 달렸다. 그대, 멋진 영화 찍을 준비는 되셨는가? 자, 레디~ 액션!

[불교신문3437호/2018년11월3일자] 

동은스님 삼척 천은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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