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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이 만난 사람] 김정순 마하의료회장“건강 허락하는 한 죽는 날까지 봉사할 것”
김정순 마하의료회장은 “불교를 만나 평생을 흐트러지지 않고 바르게 살 수 있었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죽는 날까지 봉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 김형주 기자

조계사 인근서 유년시절 보내며
자연스레 불교와의 인연 맺어
불교 심취해 고3때 출가 결심도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어린시절 꿈 약사의 길로 이어져
약국 개업 후 틈날 때마다 봉사

2007년 불자의료인 주축이 된
‘마하의료회’ 창립을 주도
매월 1회 봉사하며 자비 실천

복잡하게 돌아가는 빌딩 숲 속 지하 아케이드에 위치한 약국이 그의 일터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하루 종일 이곳에서 근무하며 현대인들의 건강을 돌본다. 틈나는 대로 사경도 하며 마음을 다스린다. 매월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며 의료봉사를 펼친다. 그렇게 봉사를 펼치며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며 살아왔다. 40년 동안 약사의 길을 걸어 온 그의 꿈은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봉사에 매진하는 것”이다. 불자 의료인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의료봉사단체 마하의료회를 이끄는 김정순 회장(64세, 법명 자비화)의 이야기다. 지난 10월18일 서울 경복궁역 인근 지하 상가에 위치한 새현대약국을 찾아 김정순 마하의료회장을 만났다.

“불교와의 인연이요? 조계사 인근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습니다. 초등학교 때 방과 후면 늘 조계사를 찾았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절에 다닌 불자들도 많은데 저는 혼자서 절에 가고는 했어요. 조계사 앞마당 전체가 우리집 마당이자 놀이터였지요. 어린 나이였지만 혼자 조계사에 가서 초도 켜고, 향도 켜고, 삼배도 하고 자연스럽게 불교와의 인연이 시작됐지요.”

어린 시절 접하게 된 불교는 김정순 회장이 약사의 길을 걷는 동안 평생 든든한 힘이 된 버팀목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에 출가를 결심했을 만큼 불교에 심취했다. 가족들, 특히 어머니의 만류로 출가 수행자의 길을 걷지는 못했지만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어린 시절의 꿈은 자연스레 약사의 길로 그를 이끌었다. 숙명여대 약학대학에 입학한 이후 본격적으로 불교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계사 대웅전에 들어가 108배를 나온 적이 있습니다. 당시 한 스님께서 법문을 하셨는데 그 말씀이 지금도 잊히질 않아요. ‘변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말씀이었어요. 그 말씀을 듣고 불교 교리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불교 공부가 무르익어 갈 때 쯤 대학을 졸업하고 약국을 개업하게 됐다. 1980년 3월이었다. 불교 공부를 통해 접하게 된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린 시절부터 꿈꾸었던 봉사하는 삶의 시작이었다. 약국이 쉬는 날이면 비타민 등 약을 챙겨서 현장으로 향했다. 봉사의 즐거움으로 고단한 줄도 몰랐다. 그리고 IMF 외환위기가 불어 닥친 1997년, 기업이 줄줄이 도산하고 가정이 파괴됐다. 당연히 국민들의 삶도 힘들어졌다. 평생 일하던 직장을 떠난, 정겨운 가족들의 품을 떠난 갈 곳 없는 실직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삶의 터전을 잃고 거리로 나온 노숙자들을 외면할 수만은 없었다. 노숙자들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 서울역을 찾아 봉사를 펼쳤다.

김정순 회장은 “IMF 당시 많은 이들이 힘들어 했다.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대한약사회기관지 ‘약사공론’에서 봉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서울역으로 향했다”며 “매주 수요일이면 서울역 노숙자진료소 의료봉사를 펼쳤다. 그렇게 6년 동안 봉사를 했다”고 말했다.

서울역 봉사를 계기로 불자 의료인들이 주축이 된 봉사회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인연이 있던 불자 의료인들을 중심으로 뜻을 모았다. 그리고 2007년 봉사회를 결성했다. 마하의료회의 출발이었다. 마하의료회가 창립한 이후 매월 1회 정기적으로 봉사를 펼쳤다. 사찰을 비롯해 장애인들과 저소득계층, 다문화가정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빠지지 않고 찾아 간다.

1년에 2번은 봉사단을 꾸려 해외로 떠난다. 지난 10월3일부터 7일까지 개발도상국에서 어린이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굿월드자선은행과 함께 필리핀에서 의료봉사를 펼치기도 했다. 오는 11월4일에는 김포시종합복지관에서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12월8일에는 서울 불광사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을 대상으로 각각 의료봉사를 펼칠 계획이다.

“해외 의료봉사 비용이 부족하거나 약이 부족할 때면 신기하리만큼 꼭 도움이 되는 일이 생깁니다. 봉사에 필요한 약을 후원해 주는 곳도 많고 후원금을 보내주는 분들도 많습니다. 여유 있는 것도 아니고 어려울 때도 많지만 그래도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도움을 주는 인연이 있으니 봉사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이지요.

”회원들의 자발적인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봉사회다보니 매월 정기적으로 봉사를 펼치는 일이 어려울 때도 많지만 김 회장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도움이 필요할 때면 여기저기서 십시일반으로 온정을 보태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평소 근검절약해 아낀 돈으로 봉사 물품을 구입하는데 사용하고, 옷은 사지 않고 대부분 직접 만들어서 입는다.

김정순 회장이 필리핀 산페드로시 사우스빌에서 회원들과 함께 의료봉사를 펼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굿월드자선은행

마하의료회가 10여 년 넘게 꾸준히 이어져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회원들의 소통과 화합이다. 약사와 의사, 봉사자, 후원자 등 서로 역할을 다르지만 호칭은 모두 ‘선생님’이다. 봉사는 한 사람의 힘이 아닌 모두가 함께 하는 일이다. 2011년 회장을 맡은 이후에도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이 회원들의 화합이다.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불자들이 모인 만큼 불교의 평등사상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김 회장의 생각 때문이다.

“부처님 가르침을 모두 공부하고 팔만대장경을 모두 읽었다고 하더라고 그것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하나도 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김정순 회장은 “불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실천했으면 좋겠다. 불자들이 불교를 믿고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해 올바르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보는 이들도 ‘절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불교 포교도 저절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자비화’라는 카페를 운영하며 불교를 전하고 있다. 카페를 통해 한 사람이라도 불교를 믿고 발심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 자체로 보람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정순 회장이 좋아하는 부처님 가르침은 ‘자등명법등명(自燈明法燈明)’이다. 봉사를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김 회장은 캄보디아 어린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어 준 일을 가장 보람있는 일로 꼽았다. 김정순 회장은 “불교를 믿으며 일생 동안 절을 세우고 싶다는 원력을 세웠다. 2012년에 캄보디아 빤따이맨짜이 학교를 세웠다. 절에서 운영하는 학교였는데 정식 학교가 됐다”며 “캄보디아 스님이 ‘내가 죽더라도 학교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학교를 지어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앞으로 김 회장의 목표는 단 하나,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봉사를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13살 때 처음 불교를 만나 평생을 흐트러지지 않고 바르게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부처님 덕을 많이 보고 살아 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죽는 날까지 봉사를 하며 살고 싶습니다.” 봉사활동을 주저하는 불자들을 위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불자들이 봉사나 보시하는 일을 특별한 사람이 하는 일, 거창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봉사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크고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각자의 위치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는 불자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불자라는 점을, 절에 다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여기는 불자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 김정순 마하의료회장은…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79년 숙명여대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1980년 약국을 개업하며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나섰다. 지난 2007년 불자 의료인들이 주축이 된 의료봉사단체 마하의료회 창립을 주도했으며, 지난 2011년 마하의료회 회장을 맡아 부처님 자비를 중생에게 실천하라는 가르침에 따라 현재까지 꾸준하게 봉사를 펼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불자의료인, 자원봉사자 등 회원 50여 명과 함께 연 2회 해외 의료봉사를 비롯해 사찰 의료봉사, 장애인과 저소득가정, 차상위계층, 이주 노동자,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건강 상담 및 무료진료, 의약품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엄태규 기자  사진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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