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국제개발협력 NGO 로터스월드 운영 사회적 기업 두부공장

로터스월드 이사장 성관스님(오른쪽)은 미얀마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두부공장에 방문해 전 과정을 세심히 살펴봤다.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라’는 옛말이 있다. 국제개발 분야에서 자립을 강조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가난에 허덕이던 미얀마 빈곤 청년층들이 한국 불교계의 도움으로 자립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10월30일 국제개발협력 NGO 로터스월드(이사장 성관스님)가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하는 두부공장을 직접 방문해 그 모습을 살펴봤다.

미얀마 빈곤청년층 고용
창출 위해 사회적기업 운영

지역마트 및 한인식당 등
현재 30여 곳에 납품 진행
손익분기점 넘는 등 '성과'

3명 여직원 땀 흘려가며
미래 위한 자립의 '꿈' 키워

미얀마 양곤에서 차로 30여 분 거리에 있는 노스다공 타운십 지역.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1차선 비포장도로를 지나 움막으로 지어진 집들 사이로 로터스월드의 두부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행정안전부의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설립된 이곳은 지난해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 4월부터 정상 운용 중이다. 미얀마 저소득 청년층 고용 창출이 주된 설립 목적이다. 사회적 기업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관계기관 인·허가는 물론 영업망 확충을 위한 별도의 행정사무실까지 마련했다.

성관스님(오른쪽)은 두부공장 직원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며 힘을 불어넣어줬다.

두부의 원재료인 콩은 농가 소득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품질과 수확량을 분석해 납품 지역을 선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로터스월드에서 생산하는 두부 판매량이 증가하면 가난한 지역 농민들도 소득이 발생하는 구조이다.

지금은 공장과 위치가 가까운 레구 타운십 쭝글리 마을을 우선 협상지로 정하고 지속적인 협의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두부가 잘 팔려야 한다’는 선행과제가 남아있지만, 가난한 농가들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선순환 구조임은 분명하다.

두부공장 2층은 직원들이 숙식을 해결하는 기숙사이다. 기숙사에는 신행활동을 할 수 있는 작은 법당도 마련돼 있다.

로터스월드 두부공장엔 10대부터 20대에 이르기까지 3명의 여성 직원이 일하고 있다. 모두 생계를 위해 양곤으로 상경한 저소득 층 청년들이다. 특히 이들을 위해 로터스월드는 두부공장 내 2층 공간을 숙식이 가능한 직원 기숙사로 만들었다. 신행활동을 위한 작은 법당도 있다.

이날 찾아간 두부공장엔 직원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다. 깨끗하게 씻은 콩을 거품이 나올 때까지 가는 일부터 시작해 거품기 제거, 가열, 간수 조절, 틀 맞추기 등 온전한 두부의 모습이 나오기까지 전 과정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렇게 1주일간 약 320모의 두부가 완성된다.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두부공장 직원의 모습.
성관스님(왼쪽)은 미얀마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두부공장에 방문해 두부 생산 전 과정을 세심히 살펴봤다.

초반엔 적자를 면치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로터스월드 미얀마로 건너온 김두환 지부장의 역할이 컸다. 짧은 시간 내 적극적인 영업망 확충을 진행하며 지금은 손익분기점을 넘었다는 전언이다. 현재 양곤 내 최대 마트 체인인 씨티마트 15군데 지점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두부 소모량이 많은 한식당 등 총 30여 곳에 납품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금일봉을 전달하며 힘을 불어넣어준 성관스님(오른쪽) 모습.

두부공장에 방문한 로터스월드 이사장 성관스님은 직접 두부 완성 과정을 세심하게 살펴보며 관심을 기울였다. 이어 과자 꾸러미와 화장품 등 직원들이 좋아하는 선물을 건네주며 격려했다. 특히 “항상 몸 건강해야 된다”는 애정 어린 당부와 함께 금일봉을 전달하며 힘을 북돋아줬다.

로터스월드 이사장 성관스님이 직원들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사장 성관스님은 “긴급 구호나 교육 사업 등 어려운 이들에게 직접 도움을 주는 일뿐만 아니라 미얀마 젊은 층들이 직접 일하며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며 “아직까지 공장 인프라나 주변 시설이 열악하지만 점차 역량을 확대하고 수익 규모를 늘려 많은 이들이 일할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뒷받침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금 만들고 있는 건 미래를 향한 ‘꿈’

■ 사회적 기업 두부공장 직원 인터뷰

로터스월드가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두부공장에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두부 1모를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빈곤 속에서 살아보려 애쓰는 미얀마 저소득 청년들에게 미래를 향한 열정이 솟아나는 곳이었다. 사진 왼쪽이 막내인 시세(17), 오른쪽이 맏언니인 띤띤(25).

로터스월드가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두부공장에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두부 1모를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빈곤 속에서 살아보려 애쓰는 미얀마 저소득 청년들이 미래를 향한 희망을 키우는 곳이었다. 오늘도 땀 흘리며 열심히 꿈을 빚고 있는 현지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지 직원 중 가장 맏언니로 동생들을 이끌며 함께 일하고 있는 25살 청년 띤띤(Thin Thin)은 집에 홀로 있는 아버지를 부양하기 위해 양곤으로 올라왔다. 식구들은 모두 결혼을 해 아버지를 책임지기 위해선 띤띤의 노력이 필요했다.

마땅히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치 않았지만, 로터스월드의 사회적기업에서 직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약 1년 전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쉽지 않은 타향살이지만, 친 자매처럼 지내는 동료들 덕분에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불교 국가의 국민답게 잠시 쉬는 시간엔 2층 기숙사에 마련된 작은 법당에서 신행활동으로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나중에 어떤 계획을 갖고 있냐는 질문에 고심하던 띤띤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미래 모습을 그려보지 못했다”며 “꼭 내 가게를 차리는 것이 아니더라도 나의 일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앳된 얼굴의 17살 소녀 시세(Shaw)는 직원 중에서 막내이다. 이곳에 오기 전 양곤 외곽의 농촌지역인 에야와디주에서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우며 살고 있었다. 그러나 시세는 양곤까지 와서 돈을 벌어야 할 이유가 따로 있다. 바로 어린 여동생의 학비이다. 미얀마 저소득 농촌 지역에서 버는 농사일로는 여동생의 학비를 낼 수 없었다.

부모님을 대신해 자신이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한다는 시세의 대답에선 의젓함이 느껴졌다. “두부공장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행복해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시세는 “우선 월급으로 받는 돈은 여동생의 학비로 보태고 나중엔 내 꿈을 위해 쓰고 싶다”고 말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만들어진 두부처럼 이들의 꿈도 하나씩 완성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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