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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유치원’ 잇따른 명단 공개, 교계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발표 
총 1890개 중 40여 곳 포함돼
대부분 경미한 처분 받았지만
경각심 갖고 전문성 늘리는 노력해야

‘비리 유치원’ 명단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불교계 유치원도 해당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종교 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의 투명성과 윤리성에 대한 국민들 기대치가 높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인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지난 25일 2013년 이후 최근 5년간 실시한 유치원 감사결과를 해당 교육청 홈페이지에 실명으로 공개했다. 공개된 명단에 따르면 서울, 경기, 강원, 부산 등 전국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주의 및 경고, 경징계와 중징계 등 처분을 받은 유치원은 총 1890곳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불교계가 설립한 법인이나 사찰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은 총 140여 곳으로 해당 명단에는 40여 곳이 포함됐다. 

불교계 유치원에 지적된 내용을 보면 진단서 없이 교사의 병가를 허용하거나 원생의 출결일수를 잘못 입력하는 등 ‘기록업무 소홀’이 가장 많았다. 유치원 회계를 집행하면서 영수증을 누락하거나 개인계좌를 이용하는 등 ‘회계 처리 부적정’으로 경고를 받은 경우도 상당했다. 공사를 시공하면서 미등록 건설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보증서나 계약서 없이 일을 진행한 점도 문제가 됐다. 

공개 명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를 받은 곳은 경남 A유치원으로, 2016년 유치원 원장이 원감에게 개인계좌 개설을 지시해 입학경비와 교재비 등 총 1억4800여 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점을 지적받았다. ‘사립학교법’에 맞지 않는 관리실장 직책을 임의로 만들어 근로계약 없이 직원을 고용한 후 감사를 피하기 위해 출퇴근부를 조작, 3250만원의 임금을 지불하기도 했다. 이에 시교육청은 원장 및 원감에 해임에 해당하는 중징계 조치를 내리고 해당 금액을 회수했다.   

부산 B유치원은 2016년 유치원 이사장을 소속 직원으로 고용해 임금을 지불하는 한편 교직원 4명을 채용하면서 신원조사와 건강검사 등을 이행하지 않은 점을 지적받았다. 해당 유치원은 개인이 납부해야 할 휴대폰 요금 205만원을 유치원 공금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이 기관에 주의와 경고 조치를 내렸다.

부적절한 거래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경북 C유치원은 2017년 냉난방 설치공사를 진행하면서 전문자격이 없는 일반업체와 계약을 체결했으며 계약보증금과 설계서 등 관련 서류 없이 공사를 집행한 점이 문제가 됐다. 업무추진비를 예산에 편성하지 않고 식대 및 워크숍 비용으로 처리한 점도 지적됐다. 인천 D유치원 또한 2015년 유치원 직원이 놀이터 매트를 구입하면서 거래내역을 알 수 없도록 견적서 없이 비용을 지불한 것이 적발돼 경고 조치를 받았다. 

비위 사실이 적발된 불교계 유치원 40여 곳 가운데 해임이나 파면의 중징계를 받은 곳은 단 1곳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시정 및 주의 조치 등 비교적 수위가 낮은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적발된 유치원 중에는 만3세 미만 어린이 3명을 입학시킨 건으로 시정 조치를 받은 곳도 포함됐다. 어린이집 예산이 부족해 같은 설립자가 운영하는 유치원 회계를 어린이집 회계로 집행한 점을 지적받아 주의 처분을 받은 곳도 있었다. 

실제로 교육청은 명단을 공개하며 “학부모의 알권리와 유치원 투명성 강화를 위해 공개하는 것으로 공개된 모든 유치원이 비리유치원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청은 전수 조사가 아닌 일부 유치원만을 자체 기준에 따라 선별해 감사했으며 감사를 거부한 유치원은 재판 진행 중에 있어 실명 명단에 넣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곳보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해야 할 종교단체에서 비위 사실이 적발된 것에 대해서는 관리 소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봉선사 연꽃유치원장 지환스님은 비리유치원 명단에 불교계 유치원이 포함된 것과 관련 “지금 드러난 명단 가운데 불교계 유치원이 비록 일부에 해당한다 할지라도 불교 전체 이미지를 깎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종교 단체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 대한 국민들 눈높이가 높다는 면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철저한 관리 감시 체계를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무행정 전문가인 조기룡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는 전문성 부족 등을 지적사항으로 꼽았다. 조기룡 교수는 “무엇보다 유치원을 운영하는 스님들이 단지 ‘도장을 찍는 사람’이라는 결재권자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직관이나 경험이 아닌 종단 내 정규 교육 과정이나 승려연수 교육으로 재무회계를 파악하고 오류를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은 무엇보다 ‘관심과 애정’이다. 조 교수는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은 다른 곳과 달리 수익이 생겨도 남김 없이 공공의 이익으로 반드시 환원한다는 철칙을 되새겨야 한다”며 “관심과 애정 없이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유치원을 자비 실천이나 포교가 아닌 영리적 목적을 취하기 위해 경영하려는 생각을 버리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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