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만유는 서로 의존해 산다 
서로 없어서는 생존할 수 없는 
관계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 관계를 고마움 감사함으로 
나타내는 것이 바로 ‘은혜’다 

천지자연, 부모님, 사회, 법률
네 가지 은혜를 알고 실천할 때
생명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인류가 지상에 출현한 이후, 지금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인간은 스스로를 영장류로 분류하고, 신의 아들이거나 스스로 신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득한 옛적 신화 속에 등장하던 상상과 꿈은 이제 현실이 되고, 심지어 그러한 상상을 넘어선 과학적 업적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은 하루하루 불안하게 살고 있다. 그 정체 모를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생활방식이 개발되고, 다양한 문화가 우후죽순처럼 돋아나도, 그 불안의 포승줄은 더 옥죄어 온다. 왜 그럴까. 그것은 인간탐욕의 역주행으로 인한 자연과 인간관계의 파괴에서 오는 잠재적인 불안이다. 우주만유는 서로 의존해서 생성 발전한다. 서로가 없어서는 생존할 수 없는 관계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현상이다. 이러한 관계를 고마움과 감사함으로 나타내는 것이 은혜(恩惠)다. 

그런데 현재의 인간은 생존에 절대적인 이러한 자연과 인간관계 현상의 은혜에 고마움과 감사함을 모른다. 인간의 이러한 배은의 사고와 행동에서 오는 반작용으로 불안이 나타나고, 여러 가지 비정상적인 현상이 마치 정상처럼 일상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가장 소중히 하고 깨달아야 할 은혜는 무엇일까. 그것은 대략 천지자연의 은혜, 부모님의 은혜, 사회의 은혜, 법률의 은혜 즉 네 가지로 크게 분류 할 수 있다. 

첫째, 천지자연의 은혜는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다 알고 있다. 자연의 한 부분인 땅과 공기, 물이 없다면 인간 생존이 가능하겠는가. 인간이 살아가는데 절대적인 필수 환경인 자연에 대해 지금 인간은 어떠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가. 인간은 자신의 편익성과 쾌락성에 의해 자기에게 생명을 주고 이어주는 자연을 대량 파괴하고 있다. 그 천지자연의 은혜를 저버린 무차별한 파괴행위에 대한 재앙이 벌써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미 탄력과 관성이 붙어버린 자연에 대한 배은 행위에 대해, 인간은 언젠가 파멸적인 심판을 받으리라고 그렇게 유추하고 있다. 

두 번째는 부모님의 은혜다. 부모님은 우리를 낳아주시고 길러 주신 분이다. 그렇게 막중한 은혜를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부모은중경에서 낱낱이 설법하고 계신다. 부처가 되는 가장 손쉬운 길은 부모님의 은혜를 바로 아는 길이라고까지 말씀하고 계신다. 진정 위대하고 인간의 가치를 여지없이 드러낸 법문이다. 그런데 지금 과연 우리는 부모님의 은혜에 대해 보은하고 있는가. 나 자신부터 괴롭기 그지없는 반문이다. 부모님의 은혜도 모르는 인간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겠는가. 부모님의 은혜를 모르는 인간들이 사는 곳, 거기가 아마 지옥일 것이다. 

다음으로 사회의 은혜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 탁월한 통찰력이다. 인간은 사회를 통해 성장하고 그 가치를 실현한다. 그런데 지금 사회는 물질주의 금전 만능주의에 풍덩 빠져 익사직전에 있다. 돈은 이미 신의 권좌를 물려받을 차기 황태자다. 그 사회의 은혜는 돈 앞에 벌벌 떠는 퇴출 위기에 있고, 우리 모두는 더 이상 사회의 은혜에 대한 고마움의 음악을 버린 것 같다.

네 번째는 법률의 은혜다. 인간의 모든 활동은 법률에 의해서 보호받고 그 정당성과 행위의 가치를 평가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법률의 은혜도 인간의 당위성과 가치를 실현하는 가장 큰 필요충분조건이다. 요즘에도 과연 공평한 법률이 있을까. ‘내로남불’, ‘유전무죄 무전유죄’ 등 법률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힐난과 비웃음이 나라에 만연하다. 이런 나라에서 법률의 은혜가 느껴질까. 우리가 진정 생명의 가치와 의미를 실현하고 이룩하기 위해서는 위의 네 가지 은혜를 알고 실천 할 때, 가능 할 것이다. 

[불교신문3436호/2018년10월31일자] 

김찬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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