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국어어원사전

서정범 지음·박재양 옮김/ 보고사

국어학자 故서정범 교수
어원연구 50년 결실담은
‘국어사전’ 제자가 출간

수록된 어휘 1600여 개
일상생활 속 흔히 쓰는
불교 관련어 대거 포함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어학자 서정범 경희대 명예교수의 어원연구 50년 결실이 담긴 <새국어어원사전>이 최근 발간됐다. 사진은 불교 출가의 상징인 종단 사미(니) 수계교육.

우리나라 국어학과 민속학의 거장인 서정범 경희대 명예교수(1926~2009)가 우리말의 어원을 찾아 엮은 사전이 후학에 의해 새롭게 출판돼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다양한 불교관련 용어를 수록하고 있어 불교계에도 의미가 남다르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문리과대학 학장, 경희알타이어연구소 소장, 한국어원학회 회장, 한국어문연구회 연구이사 등을 역임한 저자는 제18회 한국문학상, 제8회 동숭학술상 등을 수상한 국어학자다. 특히 1991년 어원사전 출간을 목표로 원고 작업을 시작해 2000년 <국어어원사전>을 출간한 저자는 2009년 3월에 새로 출간 예정인 <새국어어원사전>의 서문을 작성해 놓고 얼마 후 별세했다. 이후 제자인 박재양 경희대 교수가 스승이 생전에 추가 발굴한 어원과 새로 발굴해낸 불교 관련어 및 다수의 어원을 더해 2018년 신판 <새국어어원사전>이 출간됐다.

이 책에 수록 어휘는 1600여 개로 서정범 교수의 어원연구 50년의 결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종전의 어원학의 통설에 대한 새로운 견해를 밝힌 국어어원사전으로 그 중심은 고유어지만, “어원을 연구하려면 폭넓은 외국어 지식과 여러 방면의 지식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뜻에 따라 알타이어와 일본어는 물론 몽골어, 터키어, 퉁구스어 등의 어원을 밝힐 수 있는 어원연구 방법론이 수록돼 있다. 또한 현존하는 어휘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소실어도 찾아내 선사시대어까지도 포함돼 주목된다.

이와 더불어 출가와 총림, 절, 삼매, 삼보, 자비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불교어와 그 어원이 불교에서 비롯된 다양한 어휘가 실려 있어 눈여겨 볼만하다. 출가에 대해서는 “불교어로 스님이 되는 것, 재가(在家)의 대(對)가 된다”며 <유마경>의 ‘제자품’을 근거로 들었다.

무명초는 “절집에서 머리칼을 이르는 말”이라며 “무명은 일반어로는 빛이 없는 것을 말하지만, 불교에서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말한다. 그 어리석음 때문에 깨닫지 못하고 고통의 바다에서 헤맨다. 그 무명초를 깎는 것이 삭발로 출가의 시작”이라고 남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말하는 “무사히 돌아왔다”의 ‘무사’는 “인위적인 조작이 없는 것, 선가에서 깨우친 뒤를 이르는 말”, “무진장 고생했다”의 ‘무진장’은 “부처님의 가르침은 넓고 크며 한없는 공덕을 담고 있어 무궁무진하게 만물에 작용함을 비유하여 흔히 사용된다. 불교어에서 일반어로 되면서 명사 및 부사로도 사용되고 있다”고 정의했다.

또한 관심에 대해 “마음의 본성을 관하는 것, 불교에서는 마음을 만법의 주체로 삼음으로 마음 밖에 있는 것은 하나도 없어 관심 곧 일체의 사(事, 현상)와 리(理, 본체)를 구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락은 ‘쌀에 섞여 있는 벼’라는 뜻과 함께 ‘산스크리트어 naraka의 음역으로 지옥’이라는 뜻도 있다고 했고, 적나라는 “깨달음의 정도가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알몸뚱이 같이 깨끗한 경지에 도달한 상태로 이는 赤灑灑(적쇄쇄, 물을 뿌린 것처럼 깨끗한 경지에 도달한 것)와 함께 쓰인다”라고 설명하는 등 다양한 불교어를 만나볼 수 있다.

다만 총림에 대해서는 “선림(禪林), 전단림(栴檀林)이라고도 한다. 나무가 우거진 숲, 여러 승려들이 화합해서 한곳에서 안거하는 곳이 수풀같이 정적한 것을 말한다”면서 “요즘은 참선 수행 도량인 선원과 경전 교육기관인 강원, 계율 전문기관인 율원을 모두 갖춘 절을 말한다. 현재 총림(2003)은 해인사, 백양사, 통도사, 송광사, 수덕사 등 다섯 곳 뿐”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11월 조계종 중앙종회 제192회 임시회에서 동화사, 범어사, 쌍계사 등 교구본사 3곳의 총림 지정을 결의하면서 8대 총림시대를 열게 된 만큼 개정판에서는 관련 내용이 수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저자의 아들인 서호석 서울 강남차병원 정신의학과 교수가 올해 설립한 서정범기념사업회는 앞으로 고인의 연구업적을 총 정리해 다양한 형태의 전집을 출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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