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열 '책임'

 

심사평

작년에 이어, 10·27법난의 시대적 이해와 수용이 우리 안에서 얼마나 지혜로움으로 발현되었는지 보기 위해 다양한 작품으로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

법난을 고(苦)에서 머물게 하기보다 불교적 해탈과 연관 짓는 과정과 그 해탈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녹여지고 승화되는지, 또 그러한 사회적 승화가 각 개인과의 관계에서 주고받는 영향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표현하였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비록 참여자가 적었지만 참여한 분들의 노력과 아름다운 마음이 작품에 묻어 있어서 순위를 결정하기 어려웠습니다. 4컷 내지 8컷으로 한정된 공모조건에 맞춰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겠지만, 위에 쓴 글에 조금이라도 부합되는 느낌의 작품을 중심으로 부득이하게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대상작인 ‘책임’ 작품은 만화적 표현의 함축과 상징성을 잘 녹여주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장면에서 좌우와 앞뒤의 모습을 대치시켜 보여주면서도 상황에 따른 마음의 결정방향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교화로 미움을 다 잡거나, 정화로 마음을 다 잡았다는 표현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미움은 마음의 감정적 요소지만 또한 마음의 영역이라서 교화와 수행으로 마음을 다잡는 방법과 정화라는 강한 제제로 마음을 잡는 방식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우리에게 치우침으로 영향을 미쳐 균형점을 찾아야 할 때, 그 방법을 우리에게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윤회되는 법난의 상처를 그 누가 가라앉혀줄 수 있는가의 물음에는 스님이 먼 곳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오고, 바로 다음 장에는 스님이 멀리서 누군가 오는 것을 지켜보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누군가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는 모습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스님은 전 장면에서도 먼 곳을 응시했고, 마지막 장면에서도 산사에 올라오는 누군가를 향해 바라보며 인사를 받습니다.

멀리서 바라보고, 산처럼 높은 곳에서 크게 바라보는 자세를 갖출 때, 우리에게 지혜로움이 싹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마음일 때라야 교화로 마음을 다잡든 정화로 마음을 다잡든, 넘치는 지점에서 중도를 찾아 서로의 방법을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는 지혜가 실천으로 발현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깔끔한 그림과 표현의 간결함이 만화를 많이 그려본 전문가 같은 느낌입니다. 이런 분들이 불교의 소중한 내용을 다양하게 표현해주길 기원합니다.

지찬스님(카툰 어라스님)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