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10·27법난 문예공모전 /시 부문 대상 작품]
[제2회 10·27법난 문예공모전 /시 부문 대상 작품]
  • 불교신문
  • 승인 2018.10.2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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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문 ‘그날 연꽃이 보았지’

그날 연꽃이 보았지

동안거 입재 준비에 한창이던 연못에 불던 피바람
고요한 새벽 핏자국 선명한 군홧발소리 들었지

바람에 맞서다
마른 잎 비틀리고 꽃대 꺾이며
한 톨 핏기마저 바람에 빼앗기던
소리 없는 울분 연못에 출렁였지

숨죽이며 들었지
어쩔 수 없어 몸부림치던 소리 없는 울부짖음

무자비로 짓밟는 서슬 퍼런 군홧발소리
도량을 활보하던 점령군의 불발된 폭죽소리
바람도 봄 오면 따뜻해질 거라고 미소 짓던
마른 꽃의 얼굴
맑은 눈으로 똑똑히 보았지

칠흑 같은 번뇌의 수렁 건너며
큰 가슴으로 거룩한 생명 감싸 안은
핏발 선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총칼보다 단단한 거룩한 씨앗은 기억했지

그대 여기 짓밟고 걸어온 길
참회의 길이 되길 간절히 빌며 해마다 꽃 피웠지
그대 끌어안으며 날마다 합장하는
인토(忍土)에서 보내는 마지막 자비

 

심사평

올해 제 2회째를 맞은 10・7법난 문예공모전에 응모한 작품들의 수준은 지난해보다 높았습니다. 응모한 작품들의 수도 크게 늘었습니다. 그만큼 10・7법난에 대한 사부대중의 이해가 확장되고, 문예공모전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는 징표라고 생각합니다.

작품들을 심사하면서 우선적으로 10・27법난의 진상에 대한 바른 이해가 바탕이 되어 있는지를 살폈습니다. 그러고 나서, 시적 상상력을 활용하여 특별하게 표현하고 있는지를 주의하여 보았습니다.

마지막까지 고심한 작품은 ‘법음(法音)의 꽃’과 ‘그날 연꽃이 보았지’두 작품이었습니다. ‘법음(法音)의 꽃’은 10・27법난의 역사적 실체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특히 사찰 공간의 모든 유무정의 존재들이 국가의 무자비한 폭력에 의해 탄압을받는 대목에서는 깊은 슬픔에 잠기게 했습니다.

한편, ‘그날 연꽃이 보았지’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의 꽃인 연꽃의 눈과 음성을 빌어 법난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연꽃이 진흙탕에서 피어나지만 더러움에 결코 물들지 않듯이 불교 또한 법난의 아픔을 극복하고 큰 생명력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바라보았습니다. 심사숙고 끝에 ‘그날 연꽃이 보았지’를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를 드립니다.

문태준 불교방송 PD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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