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대통령 방북 당시 천주교에만 특혜… 왜?"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과 5월에 판문점 정상회담을 열어 ‘남북 평화의 길’을 열었고, 이어 9월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해 ‘남북 평화의 길’을 더욱 단단하게 다졌다. 

이때 특별수행단으로 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장 원택스님) ‧ 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 기독교(NCCK 총무 이홍정 목사) ‧ 원불교(교정원장 한은숙 교무)도 함께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백두산 탐방 일정에도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국민들과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당시 네 종교가 똑같은 일정으로 움직인 것으로 알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정부가 종교 간에 형평성을 무너뜨리고 특정 종교에 특별한 혜택을 주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 지난 9월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대통령의 방북 일정에서는 천주교에 특혜를 주었고, 따라서 정부가 앞장서서 종교 간에 갈등을 유발하는 조치를 취하였던 것으로 확인돼 놀랄 수밖에 없다. (해방 당시뿐 아니라 현재도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종교인 천도교 대표를 배제한 데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이미 지적하였으므로 다시 거론하지 않는다.)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 방북 특별수행단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와 기자들과 만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방북 기간 중 “조선 카톨릭교협회 강지영 회장과 만나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서 협의하기로 했고, 북측 가톨릭계가 남측을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초청하겠다는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장충성당은 성당 자리가 원래 하천 지반이라 지반과 건물이 침하되고 있어 보수보다는 다시 지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말에 비춰볼 때 김희중 대주교가 성당 복원을 염두에 두고 장충성당 자리를 찾아갔던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특별수행단으로 함께 평양에 다녀온 불교 원택스님과 개신교의 이홍정 목사 등 다른 종교 인사들은 북쪽 종교계 인사들과 접촉 기회를 전혀 가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택스님은 “백두산에 있는 불보살님께 남북 불교도들이 얼른 자유왕래가 됐으면 좋겠다고 서원했다. 남북불교도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기도한다면 통일도 이뤄질 것이라 본다”는 식으로 추상적인 방북 결과를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지금 이 나라 종교 현실이다.

에큐메니안 등 기독교(개신교) 언론에서 방북 특별수행단으로 다녀온 NCCK총무 이홍정 목사가 방북 성과를 설명한 내용이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개신교 쪽도 북쪽의 교계와 별도 접촉을 하지 못했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남북 정상회담 사전 협의 과정에서 남쪽이 북쪽에 “천주교만 별도 접촉을 허락해달라”고 요구를 한 사실이 있는가?

대통령 방북 일정을 조율한 청와대와 통일부 ‧ 문화체육관광부 ‧ 국가정보원 등에서 천주교에만 이런 특혜를 준 배경에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밝혀야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남북문제에서까지 특정 종교를 우대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과거 북한 문제를 정권 안보 내지는 여론 조작을 위해 악용했던 이른바 ‘북풍(北風) 사건’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 알립니다
본 기고와 관련해 가톨릭 측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가톨릭 측에 따르면 “제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측 종교대표단을 응대한 북측 인사는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이자 조선카톨릭교협회 중앙위원장인 강지영 회장이었다. 강지영 회장과는 남측 종교대표단과 일정을 함께 하면서 잠시 대화를 나눴을 뿐, 별도로 만나 회담하지 않았다”고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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