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회복지재단 후원자 ‘더브레드블루’ 이소리 문동진

지난 19일,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정기 후원자이자 재단 산하 시설에 빵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베이커리 ‘더브레드블루’ 문동진 대표와 이소리 이사를 만났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든 지 얼마되지 않은 이 젊은 부부의 바람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비영리 법인을 세우는 것”이란다.

따스한 햇살이 드는 유리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갓 구운 향긋한 빵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는 ‘더브레드블루’는 비건을 위한 베이커리 카페다. 우유, 계란, 버터 등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두유, 분리단백질, 쌀눈유를 사용해 빵을 만드는데 비건(유제품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이나 건강식을 고집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이미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지난해 1개 지점으로 시작해 1년 만에 7개까지 점포 수를 확장했을 정도로 입소문을 타고 있지만 보다 주목받는 이유는 주인 부부의 따뜻한 마음 때문. 지난 19일, 더브레드블루 서초점에서 6년째 나눔 활동에 나서고 있는 더브레드블루 문동진(33) 대표, 이소리(32) 이사를 만났다.

매일 아침, ‘더브레드블루’에서 만들어진 빵들이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산하 시설에 배달된다. 하루 전 7개 지점에서 판매 후 남은 것이다. 만들어진 지 채 24시간이 되지 않아 판매에 지장 없을 정도로 신선하지만 단 한 개도 남김없이 구로·신길·본동종합사회복지관과 금호·답십리청소년독서실 등 불교계 기관으로 전해진다. 모두 저소득 아동과 청소년, 홀몸어르신, 한부모와 다문화 가정을 위한 곳들이다. 비건 베이커리를 전문으로 하는 만큼 원재료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2~3배 이상 높지만 이소리, 문동진 부부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빵 나눔을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아직 말하기 부끄러워요. 가게 수익도 많지 않아 양껏 못 드리는 걸요.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규모지만 그래도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빵들인 만큼 뜻 깊은 곳에 쓰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비건을 위한 제품이다 보니 아무래도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이나 음식물을 소화하기 힘든 어르신들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거든요. 이왕이면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나 건강이 좋지 않은 분들이 저희 빵을 먹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죠.”

더브레드블루가 불교계 복지시설에 빵을 나누기 시작한 건 이소리 이사 때문이다. 독실한 불자인 부모님을 보며 자랐다는 이소리 이사는 어린 시절부터 “혼자 힘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때가 오면 반드시 쓸모 있는 곳에 회향하겠다” 생각했다고. 취업 후 첫 월급을 받자마자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 먼저 전화를 걸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청계사를 자주 간 기억이 있어요. 워낙 정신없이 살다보니 직접 사찰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거나 장사가 아주 잘 돼 큰 금액을 후원하지는 못했지만 늘 조금이라도 무언가 나누고 싶었거든요. 취업하자마자 이왕이면 불교 쪽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싶어서 복지재단에 정기 후원을 시작했어요. 해마다 많지는 않더라도 1000원씩이라도 꾸준히 후원 금액을 늘리는 것이 목표에요.”

2013년부터 정기 후원자로 조계종 사회복지재단과 인연을 맺은 것이 나눔의 시작이었다. 지금의 남편인 문동진 대표와 백년가약을 맺을 때는 결혼식 축하 화환으로 들어온 쌀 전부를 재단을 통해 소외가정에 전달하기도 했다고. 종교는 다르지만 ‘나눔’에 있어서는 이견 없이 늘 이소리 이사의 뜻을 따라주는 남편 문동진 대표의 적극적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와 함께 비영리 법인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라는 문동진 대표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 적은 수익이라도 불교계 재단과 시설에 나누고 싶다는 이소리 이사 말에 선뜻 수긍할 수 있었던 이유를 남편 문 대표에게 묻자 “좋은 곳에 쓰일 수 있다면 종교는 상관 없었다”며 “불자인 아내를 따라 천주교 신자인 나와 부모님도 영주 부석사에 자주 놀러간다”는 호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부부가 운영하는 ‘더브레드블루’ 가게 한쪽 벽면엔 ‘Like a Miracle, Out of the Blue’가 새겨져 있다. ‘갑자기 찾아온 기적’이라는 뜻이다. “건강하고 맛있는 빵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사업이지만 아직 수익보다 지출이 커 마음만큼 크게 나누지는 못해요.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비영리 법인을 만들자는 꿈에 한 발 다가갈 수 있겠지요. 그 때가 되면 부모가 없거나 돌봐줄 사람이 없는 어린 아이들에게 제과제빵기술을 알려줘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싶어요.” 소박한 기적을 꿈꾸는 이소리 문동진 부부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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