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4일까지 한국문화정품관서 ‘현담 허락 금사경’ 특별전

현담 선생의 법화경 사경 병풍 작품.

예술과 수행 그리고 기록문화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금사경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오늘(23일) 서울 한국문화정품관(창덕궁 맞은편)에서 개막한 ‘현담 허락 금사경 특별전’이 그것. 이번 특별전은 금사경 분야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창조해 온 허락 선생의 30여 년의 세월이 담긴 작품을 통해 사경문화의 가치를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다.

금사경(金寫經)이란 경전을 금가루로 베껴 쓰는 것을 일컫는데 7세기 당(唐)나라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에서는 통일신라부터 유행하여 고려시대에 이르러 왕실을 중심으로 국가의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많이 제작되어 전성기를 이루었다.

먹과 달리 금가루는 종이에 두툼하게 묻어야만 발색이 되며, 시간이 지나면 접착제의 효과가 떨어져 소실되기가 쉽다. 고려의 금사경은 당시 가장 독보적인 기술로써 중국, 일본 등지에서 사신을 보내어 배워가거나 제작을 의뢰할 정도로 자랑스런 우리의 전통예술문화였다.

하지만 조선의 억불정책 이후로 맥이 단절되어 현재는 전해오는 관련문헌도 없을 뿐더러 극소수의 작품들만 문화재로 지정되어 국립중앙박물관 등지에 남아 있다.

서력 약 60년의 서예가인 고려사경문화원의 허락 선생은 1980년대부터 금사경의 연구와 복원작업에 매진하여 오랜 실험과 연구 끝에 작품의 변형없이 오래 보존될 수 있도록 한지(韓紙), 금가루와 접착제를 비롯한 금사경 제작기법을 터득, 불교의 4대경전을 모두 금사경으로 복원했다. 그는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 최우수상, 문화재청장상, 2011년 대장경천년세계축제 초대전 등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약 200만자 이상의 글자를 99%의 순금분(純金粉)으로 사경한 허락 선생의 작품은 기술 이외에 예술과 수행이란 측면에 있어서도 두드러진다. 약 7만자의 글자와 7점의 변상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묘법연화경 병풍의 경우 글자 크기가 5mm에 지나지 않고 마치 인쇄를 한 것처럼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까지의 크기와 간격이 매우 일정하여 작가의 높은 집중도를 보여준다. 변상도(變相圖)는 각 경전의 내용을 함축한 그림인데 모본인 팔만대장경의 변상도를 참고하여 소실된 부분까지 복원하는 등 작가의 창의성이 녹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162곡병풍'은 총 60만자 변상도 81점의 방대한 화엄경을 누구나 한눈에 볼 수 있도록 162폭 12틀의 병풍 형태로, 완성 시 총 길이가 100m에 이르는 대작으로 이번 특별전에는 그 중 두번째 병풍(1권~13권)까지 공개된다.

그외 지장경, 금강경, 반야심경, 관세음보살보문품, 액자 형태의 소품 등 작가의 인생이 담긴 10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11월3일(토) 오후3시에는 ‘작가와 만남’의 시간도 예정되어 있다.

현담 선생 사경특별전 홍보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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