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계절성 우울증’ 이렇게 극복하자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폭염 후 반가운 가을, 왠지 울적하고 마음 한구석이 공허하다면 오늘 하루쯤은 밖으로 나가 따뜻한 햇볕 아래 가만가만 걸어보자. 부정적인 생각은 사라지고 긍정적 감정의 파도와 함께 한결 나아진 기분이 몰려올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괜스레 울적하고 공허한 느낌
2주 이상 지속되면 의심해봐야

점심 시간 30분 산책만으로도
충분한 비타민D 섭취할 수 있어

폭염이 물러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부는 요즘이다. 날이 추워지면 이유 없이 쓸쓸하고 공허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두고 ‘가을 탄다’고들 한다. 마음이 헛헛하니 빈속을 채우기 위해 유난히 먹을 것이 당기거나 잠이 많아지고 울적함을 느낀다면, 계절성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왜 가을이 되고 찬바람이 불면 마음이 울적해지는 걸까.

계절성 우울증은 계절성정동장애 또는 SAD(seasonal affective disorder)라고도 한다. 말 그대로 계절적인 흐름을 타는 우울증의 일종이다. 특히 가을과 겨울에 우울증상과 무기력증이 나타나는 등 증상이 악화되다가 봄과 여름이 되면 증상이 나아진다. 또한 겨울철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매년 봄과 여름이면 우울한 증상이 심해지고 가을이 오면 조금 나아지는 봄철 우울증, 여름철 우울증도 있다.

사람의 기분은 온도, 습도, 일조량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늦가을부터 초봄 사이에는 특히 일조량이 줄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외부 활동량이 평소보다 감소하게 된다. 햇볕을 쬐는 시간이 자연스레 줄면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멜라토닌과 세로토닌도 감소하게 되는데, 이들 호르몬 감소는 슬픔, 불안, 짜증, 무기력 증상을 부른다. 과다한 수면을 취하게 되거나 단 음식을 많이 찾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 ‘가을은 말도 살찐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보톤 남성이 가을을 탄다고 알려져 있지만 계절성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사람 중 80% 이상은 여성이다. 감성적으로 주변 환경에 민감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중년층 이상의 주부들에게 특히 많이 나타난다. 폐경으로 인한 상실감, 자녀의 분가, 남편의 성공에 비해 느껴지는 상대적 초라함 등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는 원인이 남성에 비해 다양하기 때문이다.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뇌 속 세로토닌을 활성화하는 것 중 하나가 비타민D다. 비타민D는 면역을 담당하는 ‘대식 세포(macrophage)’의 기능 향상을 도와 면역력을 높이고, 조기 폐경 예방에도 도움을 주므로 우울감을 앓는 갱년기 여성이라면 충분한 섭취가 필수다. 고등어, 참치, 조기, 명태, 우유, 유제품, 버섯, 소고기, 달걀 등에 함유돼 있으며 별도 영양제를 통해 섭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하루 햇볕을 30분 이상 쬐는 것. 때문에 유독 우울감을 느낀다면 날이 추워도 바깥에 나가 햇볕을 조금이라도 쐬는 것이 좋다.

실제로 콜롬비아대학 터먼 박사팀 연구에 따르면 아침 식사 후 30분간 강한 빛을 쬐는 조명치료를 하는 것이 계절성 우울증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가만히 서서 햇볕을 쬐기보다 걷는 게 효과적인데 이는 땅을 밟고 걷는 행위가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방 안의 불빛을 아주 밝게 하는 것도 우울증 완화에 일부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밖에도 비타민D는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감기와 암 등 각종 질병 예방 효과도 탁월하다. 몸에 들어온 유해물질을 파괴하는 백혈구의 일종인 ‘림프구’를 활성화시키며, 폐 내부에서 항균 펩타이드(균을 죽이는 물질) 수치를 향상시켜 감기 등 호흡기감염증을 예방한다는 영국의 연구결과도 있다. 세포성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 암 예방 효과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 몸의 비타민D 혈중농도는 일조량이 줄어드는 9월부터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해 보통 초봄에 최저 수치를 기록하는데 한국의 위도는 35~38도 사이이므로 비타민D를 바깥에서 충분히 합성할 수 있는 기간은 4월부터 11월까지로 보면 된다. 햇빛 합성에 적당한 시간은 오전10시부터 오후3시까지이므로 충분한 비타민D 합성을 위해서는 이 시간대에 한 주에 2~3번, 하루 10~30분 정도 햇볕을 쐬어 주는 것이 좋다.

이밖에도 하루 8시간 정도 수분을 섭취하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계절성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조용한 산사에 가 템플스테이 라이프를 즐기거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감정을 털어놓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등 정서적 안정을 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대부분 생활습관 변화와 가벼운 상담으로 크게 나아지지만 2년 이상 증세가 계속되면 약물치료, 전문의 상담 등 적극적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폭염 후 반가운 가을, 왠지 울적하고 마음 한구석이 공허하다면 오늘 하루쯤은 밖으로 나가 따뜻한 햇볕 아래 가만가만 걸어보자. 부정적인 생각은 사라지고 긍정적 감정의 파도와 함께 한결 나아진 기분이 몰려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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