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큰스님을 그리다

유철주 지음/ 장경각

성철스님 열반 25주기
가장 가까이서 모셨던
스님과 불자 등 제자들
추모인터뷰 모아 출간

“기억에서 찾은 가르침
맛과 여운이 남다를 것”

성철스님 열반 25주기를 맞아 스승을 곁에서 모셨던 출재가 제자들의 추모 인터뷰를 모은 <성철 큰스님을 그리다>가 최근 출간됐다. 사진은 1970년대 중반 성철스님(사진 오른쪽)과 상좌 원택스님이 가야산 정상에 함께 올라 찍은 기념사진.

“사람들이 물어요. 큰스님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좋았냐고요. 저는 말합니다. 큰스님을 모신 것은 좋고 나쁜 것이 아닌 그냥 저의 인생이었다고 말입니다. 감히 어떤 점이 좋다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주어진 운명이라 생각했습니다. 호불호를 따졌으면 다른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이 생각에 변함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성철스님의 맏상좌 천제스님의 인터뷰 중에서)

근현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선지식으로 꼽히며 불자는 물론 많은 국민들에게 존경 받고 있는 전 조계종 종정 성철스님(1912∼1993). 우리나라 불교사에 큰 족적을 남긴 큰 어른의 열반 25주기를 맞아 스승을 곁에서 모셨던 출재가 제자들의 추모 인터뷰를 모은 <성철 큰스님을 그리다>가 최근 출간됐다.

이 책은 선(禪) 전문잡지 <고경>에 2013년 5월호부터 2015년 12월호까지 실린 스님과 불자들의 인터뷰를 수정 보완하고, 여러 사정으로 당시 진행하지 못했던 성철스님 제자들의 회고를 최근에 추가해 엮은 것이다. 인터뷰 진행과 원고 정리는 유철주 작가가 맡았다. 성철스님의 맏상좌인 성철스님문도회장 천제스님과 두 번째 상좌인 대구 금각사 주지 만수스님을 비롯해 해인총림 해인사 수좌 원융스님,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스님, 남해 성불사 주지 원해스님, 창원 정인사 주지 원행스님, 해인총림 해인사 유나 원타스님 등 직계상좌 16명과 김선근 동국대 명예교수, 권탄준 금강대 명예교수, 강경구 동의대 교수, 문선이 전 고심정사 불교대학 총동문회장, <성철 평전>의 저자 김택근 작가 등 재가자 20명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원택스님은 "이 책은 이런저런 아쉬움을 달래고, ‘후학, 후배들이 선지식을 보고도 만나지 못하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해주고자 펴내게 됐다“면서 ”책에 실린 내용들은 큰스님을 모셨던 상좌스님들의 기억에서 찾아낸 가르침이라 할 수 있고, 신도들의 인터뷰는 ‘오랜 세월동안 익어진 신심들’이 배어 있는 말씀들이라 읽는 맛과 여운이 남다를 것”의라고 의미를 전했다.

특히 이번 책에서는 그 동안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맏상좌 천제스님과 두 번째 상좌 만수스님이 통영 천제굴과 팔공산 성전암에서 성철스님을 모신 이야기를 전해 눈길을 끈다. 천제스님은 “천제굴에서 큰스님께서는 삼천배보다 1000배 또는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절을 시켰다”면서 “삼천배 규정은 없었다. 그래서 모든 백력암 수행법의 시작은 1952~3년경이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어 “큰스님께서 심혈을 기울이셨던 봉암사 결사가 전쟁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뒤 몇 곳의 수행처를 거쳐 천제굴에 오셨다”면서 “그때 큰스님께서는 신도들에게 기도하는 법과 불공하는 법, 수행하는 법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렇게 시작이 돼 팔공산 성전암에서 틀이 잡혀졌다”고 덧붙였다.

만수스님도 “성전암의 모든 대중은 밤9시에 자 새벽3시에 일어났다. 일어나면 큰스님 방에 불이 켜져 있었다”면서 “큰스님께서도 3시쯤 일어나셔서 108배 참회와 냉수마찰을 하시고 시간나면 책을 보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큰스님은 형식이나 격식에 구애받는 분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스승을 회고했다.

이와 더불어 친언니와 동생 등 세자매가 함께 일생을 성철스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실천했던 김덕이(법명 보덕화) 보살은 당시 98세로 인터뷰를 마친 후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김덕이 보살은 생전인터뷰에서 “성철스님은 인과(因果)의 도리를 알게 해줬다”면서 “인과를 생각하면 모든 생활이 부드러워졌고, 그래서 오래 산 것 같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성철스님 열반 25주기를 기념해 제작된 이 책은 법보시용으로 모두 무료로 배포될 예정이다. 원택스님 “오는 10월 4일부터 백련암에서 진행되는 4일4야 추모 참회법회와 10월27일 성철 큰스님 사리탑에서 계속되는 추모 삼천배 정진, 10월28일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봉행되는 25주기 추모재 때 대중에게 이번 책을 무료 법보시할 계획”이라며 “많은 불자들과 시민들이 한국불교의 성지 해인사에서 성철 큰스님의 가르침을 접하는 인연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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