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승법사는 불교를 통해 군과 민간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곤 한다. 사진은 법회에 참석한 군장병들의 모습.

군승법사는 불교를 통해 군과 민간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곤 한다. 가장 흔한 예로 일반사찰과의 교류를 통해 수계법회나 초청법회를 열어 장병들에게 스님들의 법문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도 하고, 지원을 받아 장병들의 심신을 달래줄 맛있는 간식을 준비하기도 한다. 반대로 부대인근 사찰들의 고충을 듣고 부대에 건의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렇듯이 군사찰과 군승법사들은 민과 군의 연결고리로서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민과 군의 연결고리가 되었던 한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가 충북 증평의 모 부대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어느 날 한 소부대 부대장과 차담을 나누던 중, 집안 형편이 매우 어려운 한 병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 병사는 상근예비역이라고 했다. 흔히 줄여서 ‘상근’이라 부르는 데, 쉽게 말해 평일 일과시간 전 출근해 일과시간을 마치면 집으로 퇴근하는 병사이다. 집안 형편이 워낙 어려워 상근예비역으로 입대했다고 했다. 부모님은 계시지 않고 할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할머니도 몸이 편찮아지셔서 형편이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게다가 서류상에는 부모님이 계셔서 면제를 받는 일도 녹록치 않았던 모양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무언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문득 군사찰에서 진행하고 있는 강좌가 떠올랐다. 그 군사찰은 부대 밖에 위치하고 규모가 꽤 웅장해 민간인 신도분들이 많은 사찰로 평소 초하루법회만 해도 수십분의 신도분들이 오는 곳이었다.

그 신도분들을 대상으로 기초교리와 불교문화에 대한 강좌를 열고 있었는데, 무료로 진행하던 것을 수업료를 받고 그 수업료를 그 병사를 돕는 데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다음 수업에 수업을 듣는 신도분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니, 한분도 빠짐없이 찬성했다. 큰 부담이 없는 선에서 걷는 것이 좋다고 판단돼 한 달에 1만원씩 수업료를 걷기로 했다. 총 20분 정도가 수업을 들었으니 한달에 20만원이 걷히는 꼴이었다. 당장 그 달부터 수업료를 걷었고, 그 수업료는 매달 그 소부대 부대장을 통해 병사에게 전달됐다. 그렇다고 그 병사가 법당을 나오지는 않았다. 상근예비역의 특성상 주말에는 출근을 하지 않는데, 주말마다 할머니를 보살펴 드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꾸준히 그 병사가 전역하기까지 약 1년 간 불자 분들의 보시는 계속됐고, 때때로 명절에는 그 병사의 집에 과일 등을 보내기도 했다.

사실 그 병사와는 일면식도 없었다. 그냥 부대장을 통해 이야기를 전해들은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어느 날 불쑥 한 병사가 법당에 찾아왔다. 자신을 소개하며 지금까지 도움을 받았던 상근예비역인데 전역을 했다며 인사를 하러 찾아왔다고 했다. 그 친구는 사실 군대에 와서 여러모로 걱정도 많고 힘들었는데, 큰 도움을 받아서 이겨냈다며 감사인사를 했다. 그리고 앞으로 자주는 모르겠지만 꼭 집근처 절이라도 종종 다니겠다며 먼저 약속을 건넸다.

불자님들의 작은 보시가 한 명의 불자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부대장의 관심과 불자들의 작은 보시가 인연이 되어 앞으로 크게 성장할 인물을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도 1년에 한 두 차례 그 청년에게 오는 전화를 받으면 가슴이 한 편이 따뜻해지고 풍성해진다. 이렇듯이 군승법사들은 오늘도 민과 군의 연결고리가 되어 소중한 시절인연을 만들어가고 있다.

[불교신문3433호/2018년10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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