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고(法鼓)가 찢어졌다. 누각을 포행 하다가 한 뼘 정도 찢어져 있는 법고를 발견하고 처음엔 깜짝 놀랐다. ‘아니, 누가 와서 북을 찢었지? 혹시 이교도의 소행인가?’ 하고 생각했다. 놀란 가슴을 달래며 찢어진 곳을 찬찬히 살펴보니, 누가 찢은 것이 아니라 오래 되어서 낡아 그런 것 같았다. 

그래도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법고 만드는 장인을 수소문했다. 얘기를 들으시곤 그만하면 쓸 만큼 쓴 거라 하시며, 수리가 가능한지 아니면 새로 제작을 해야 할지는 한번 봐야 한다고 하셨다. 한 번 찢어진 법고는 지난 여름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계속 찢어지더니 결국 완전 찢어지고 말았다. 

초하루법회 때 법고불사 공지를 했다. 시골 절이라 올해 안에 과연 불사가 이루어질까 걱정했는데 한 달여 만에 정성이 모여졌다. 다들 힘들게 살아가면서도 십시일반 동참하신 그 마음에 가슴이 뭉클했다. 부처님을 조성하면 복장에 동참 연화질을 써 넣기도 하지만, 법고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한지에 연화질과 동참자 이름을 써서 북 안에 봉안하기로 했다. 법고를 칠 때 마다 불사에 동참한 인연공덕으로 온 중생이 고통을 여의고 평안해지며, 시주하신 분들의 뜻한바 일들이 원만성취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살다보면 집을 새로 짓거나, 오래돼서 낡은 건물은 수리를 하게 된다. 절집도 마찬가지다. 법고 수명도 한계가 있으니까 아마 30여 년 후에는 다시 제작을 해야 할 것이다. 

신도님들의 소원이 서리서리 담긴 법고불사를 회향하면서 불사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불사(佛事)란 곧 ‘부처님의 일’이다. 예부터 ‘불사는 불사(不思)’라 하여, 생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절로 된다 하였다. 불보살님의 가피가 반드시 함께하기 때문이다. 이제 둥둥~ 울려 퍼질 북소리가 무명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길, 그리하여 이 북소리 듣는 사람 가슴마다 행복의 씨앗으로 자리 잡길 발원했다. 참, 좋은 날이다.

[불교신문3433호/2018년10월20일자] 

동은스님 삼척 천은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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