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으로 상처 입은 로힝야족 난민 아이들이 언덕에 올라 미얀마를 바라보며 바람개비를 돌리고 있다. 마음 속 아픔이 치유되어 하루빨리 고국으로 돌아가길 기도했다.

“집이 불타는 것을 봤어요. 그리고 군인들이 부모님을 마구 때렸어요. 결국 부모님은 돌아가셨어요.” 10살 아이가 겪기에는 너무 힘든 일이지만 내 앞에 있는 아이가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곳 미얀마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2017년 8월25일 미얀마 군부에 의한 로힝야족 진압작전이 시작됐고 이로 인해 최소 9400여명이 사망했다. 그 중 730여명이 5세 이하 아동이라고 밝혀졌다. 

하지만 많은 단체나 국가에서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로 선뜻 나서길 꺼려한다. 언론에서도 몇 번 언급이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유엔에서는 로힝야족을 세계에서 가장 핍박받는 민족 중 하나라고 지칭한 바 있다. 

이런 로힝야 난민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있을지 직접 난민촌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봤다. 밖에서 친구들이랑 뛰어 놀 땐 여느 아이들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만나보면 아이들이 미얀마에서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겪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집이 불탄 것을 본 아이, 부모님이 군인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 아이, 어른들이 소리를 지르면 깜짝 놀라는 아이, 집에서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 아이, 부모님이 살해당하는 꿈을 자주 꾼다는 아이도 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들 일이지만 이들에겐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더프라미스는 이런 아이들이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재난심리지원단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프로그램명은 로힝야어로 ‘기분 좋다’라는 의미인 ‘bala laig ge’를 사용해 ‘Let’s Move_bala laig ge(즐겁게 움직이자)’이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어려움을 몸동작을 통해 털어버리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로 동물그림으로 동작을 만들어서 아이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아이들과 양육자들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양육자로부터 아이들이 심적인 편안함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구조·개입·양육·도전 4가지 요소를 놀이와 결합시켜서 진행되는 치유놀이이다. 오는 12월까지 전문가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조금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아이들을 언덕에 올라 미얀마를 바라보면서 바람개비를 돌린다. 자유롭게 흘러가는 바람을 보고 싶은 것이다. 비록 지금은 갈 수 없지만 바람은 고향의 소식을 들려줄지 모른다. 그리고 바람이 돼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염원을 담을 것이다. 하루속히 로힝야 난민들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도한다. 

[불교신문3432호/2018년10월17일자] 

강성원 더프라미스 국제사업국 팀장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