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버려지는 아픔이여 때로 노래하는 즐거움이여

때로 오오하는 것들이여 아아 우우 하는 것들이여

한 세계를 짊어진 여린 것들의 기쁨이여

그 기쁨의 몸이 경계를 허물며 너울거릴 때 때로 버려지는

아픔과 때로 노래하는 즐거움의 환호 그 환호의 여림

때로 아아 오오 우우 그런 비명들이 짊어진 세계여

때로 아련함이여

노곤한 몸이 짊어지고 가는 마음

-허수경 시 ‘저 나비’에서

나비가 공중을 날고 있다. 몸이 가늘고 빛깔이 곱고, 여린 나비가 날고 있다. 나비의 비상에는 아픔과 즐거움이 함께 있다. 그리하여 “아아 오오 우우”하며 날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나비의 날아감에는 비명과 환호가 함께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한 세계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나약하고 순한 생명들의 입에서 직접 나오는 생생한 소리이기도 하다. 저 나비가 간다. 부드러우며 가냘프고 약한 마음이 노곤한 몸을 짊어지고 간다. 

허수경 시인은 생전에 병마와 싸우면서 보내는 시간들을 “불안하고, 초조하고, 황홀하고, 외로운, 이 나비 같은 시간들”이라고 썼다.  

[불교신문3431호/2018년10월13일자]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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