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온과 유식

모로 시게키 지음·김명우 옮김/ 민족사

<대승오온론(大乘五蘊論)>은 유식학의 거장인 인도의 수행자이자 불교학자인 세친이 저술한 것으로 “사람을 비롯한 모든 것이 다섯 가지 구성요소인 오온(五蘊)의 일시적인 결합에 불과하며 따라서 '나'라고 집착할 만한 그 어떤 영구불변한 실체도 없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세친의 대표작임에도 현대 불교학자들 사이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의 촉망받는 유실불교학자인 모로 시게키 하나조나대 교수가 펴낸 역주서가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유식삼십송과 유식불교>의 저자로 유식학을 연구하고 있는 불교학자인 김명우 박사가 모로 시게키 교수의 역주서를 우리말로 번역한 <오온과 유식―대승오온론 역주>를 출간했다.

<대승오온론>은 제목 그대로 불교의 근본 개념 중의 하나인 ‘오온(색온·수온·상온·행온·식온)’을 바탕으로 유식사상을 설명하는 책이다. 유식이란 ‘오직 식뿐이다’, 즉 이 세계에는 ‘식’이라는 마음 작용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유식사상은 프로이트나 칼 융의 심층심리학에 앞지르는 사고방식이라고도 하고, 현대사상의 창시자인 소쉬르의 언어학과 비슷하다고 보아 유식을 현대적이고 선진적 사상으로 이해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이 책의 모로 시게키 교수는 유식사상의 보수적인 측면에 주목한다. 여기서 ‘보수적’이라는 것은 부처님 시대부터 전해 내려 온 오온설이라는 전통적 틀로 대승불교인 유식사상을 해설한다는 의미다. 모로 교수는 “유식사상은 대단히 어렵지만, 오온 등의 사상, 그것을 이어받아 정밀화한 아비달마불교의 사고방식에 의지하면 유식을 의외로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면서 “반면 이것들을 근거로 삼지 않으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대승오온론>은 오온이라는 전통적인 개념을 중심으로, 대승 특히 유식학파의 입장에서 불교 교리를 체계화한 아비달마 논서 중의 하나인 만큼 “아비달마=부파불교, 아비달마=소승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아비달마를 보다 폭넓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더불어 <대승오온론> 본문은 현장스님이 번역한 한역과 현대어 번역을 함께 실어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다. 한역과 산스크리트어 역, 티베트어 역의 내용이 다른 경우에는 각각의 현대어 번역을 함께 실었다. 또 오온·12처·18계·오위백법 등 유식사상의 핵심적 내용을 본문의 설명과 함께 그림과 표로 정리해 주고 있어 독자들이 불교공부를 하는 데 유용하다. 때문에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 유식을 공부하는 학자나 유식을 알고 싶어 하는 불교도들에게 도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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