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승가대불교학연구원, 봉은사 학술대회

중앙승가대 불교학연구원과 서울 봉은사는 지난 12일 ‘문정왕후와 백곡처능의 호법 활동’이란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앞줄 오른쪽 두번째 총무원장 원행스님, 첫번째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

“목숨 걸고 직언한 백곡 스님
현종 불교 박해 방지에 기여”

1659년 즉위 첫해 현종(顯宗)은 양민의 출가를 금하고 스님들의 환속을 명했다. 불교는 임진왜란(1592~1598) 당시 승병(僧兵)의 참전을 계기로 위상이 회복된 지 60여년 만에 또 다시 폐불(廢佛) 위기에 직면했다.

비구니 사찰 자수원(慈壽院)과 인수원(仁壽院)이 철폐되고, 원찰(願刹)에 봉안된 열성(列聖, 역대 임금) 위판(位版, 위패)이 땅에 묻히는 등 혹독한 불교탄압이 이어졌다.

왕명(王命)의 거역은 꿈조차 꾸기 힘든 시절, 가혹한 불교 탄압의 부당함을 지적한 상소(上疏)를 낸 스님이 있었다. 현종 즉위 2년째인 1660년 ‘간폐석교소(諫廢釋敎疏)’를 조정에 올린 백곡처능(白谷處能, 1619~1680) 스님이다. 그동안 백곡스님 논문이 몇 차례 나온 적이 있지만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지지는 못했다.

‘백곡 처능대사의 간폐석교소’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는 총무원장 원행스님.

이런 상황에서 지난 12일 중앙승가대 불교학연구원(원장 승원스님)과 서울 봉은사(주지 원명스님)가 마련한 ‘문정왕후(文定王后)와 백곡처능(白谷處能)의 호법(護法) 활동’이란 주제의 학술세미나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이날 세미나에는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직접 참석해 ‘백곡 처능대사의 간폐석교소’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해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어 황인규 동국대 교수가 ‘백곡처능의 생애와 호법활동’을,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스님이 ‘간폐석교소의 이방역(異邦域) 비판에 대한 종합적 고찰’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기조강연에서 “백곡 대사는 불교탄압에 정면으로 맞서 호불의 뜻을 밝힌 호법승(護法僧)”이라면서 “장문의 상소를 올려 조선왕조 척불책과 배불사상의 잘못된 부분을 인식시키며 바로잡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3년 한양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에 백곡 스님 생애와 ‘간폐석교소’ 연구 내용을 담은 바 있는 총무원장 스님은 “조선시대 모든 상소문 가운데 가장 길고 분량이 많다”면서 “현종의 불교 박해를 어느 정도 방지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총무원장 스님은 “백곡 대사는 대문장이면서 선교(禪敎)와 내외전을 두루 겸비한 학승이자 고승으로 교단을 지켜내려 했던 호법 의지는 이러한 면모를 자량(資糧)으로 형성된 것”이라면서 “한국불교 전체를 대표하는 호법승의 위상을 오늘날까지 간직하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조선전기 여성불교의 전개양상과 그 특성(탁효정 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 △문정왕후의 불교회생 노력과 그 불교사적 의의(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 △문정왕후 시기 불화의 특징과 그 위상(강소연 중앙승가대 교수) 등의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간폐석교소(諫廢釋敎疏)

간(諫)은 ‘윗사람에게 직언(直言)해 잘못을 고치게 하는 것이며, 폐(廢)는 폐지하거나 부수어 없애는 것을 의미한다. ‘석교(釋敎)’는 석가모니 가르침으로 불교를 뜻한다. ‘통하게 하다’는 뜻을 담은 ‘소(疏)’는 임금에게 올리는 글이다. 따라서 ‘간페석교소’는 불교 탄압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아 임금에게 올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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