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불교

성법스님 지음/ 민족사

사이버 불사 앞장서는
용화사 주지 성법스님

최근 불교계 현실 반성
나갈 방향 담은 제언집

“10바라밀대로 수행하면
사회 긍정적 미래 올 것”

“천체(天體)에서 미지의 어떤 것이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불법(佛法)은 그런 현상에 대해 다 설명할 수 있습니다. 불법이야말로 어떤 문제라도 다 풀 수 있는 우주의 공식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교는 과학이 진보할수록 오히려 유리합니다. 과학의 진보는 불교의 교리를 하나하나 증명해 주고 있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불교계는 안타깝게도 이렇듯 유리한 국면을 긍정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1년부터 경전 전산화 불사에 원을 세워 초기불교에서 주요 대승경전의 다양한 해설까지 아우른 불교경전총론 세존사이트(www.sejon.or.kr)를 운영하고 있는 고양 용화사 주지 성법스님. 지난해에는 사이버 불사(佛事)와 불서(佛書) 저술을 함께하기 위해 세존학술연구원을 설립한 스님이 최근 한국불교의 현실을 반성하고, 대승불교를 되살려내기 위한 제언을 담은 <그래도 불교>를 선보여 주목된다.

평소 ‘한국불교의 병폐와 잘못된 행태’에 대해 지적하며 대안을 제시해 온 성법스님은 이 책을 통해 “작금의 한국불교의 혼란은 승가의 문제인 인재이지 불법의 문제는 절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이런 승가의 폐단이 드러남으로써 새로운 대승불교운동이 일어날 징조가 보인다”면서 “<화엄경>의 ‘십지품’ 같은 인류 최고의 가르침이 연구되고 더욱 발전돼 인류가 안고 있는 많은 갈등과 모순들을 해결하는 진리의 창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래도 불교”라고 의미를 전했다.

성법스님은 먼저 그동안 불자들에게 강의해 온 ‘진리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불교 교리’, ‘수행’, ‘현실 문제에 대한 불교적 해법’ 등을 정리했다. 그리고 나머지는 이 책의 출간을 위해 새로 쓴 <화엄경> ‘십지품’ 해설로 채웠다. 스님이 <화엄경> ‘십지품’에 주목하는 것은 “불교 수행과 믿음의 요체를 상세히 설하고 있는데다 수행의 열 단계인 10지가 10바라밀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라며 “여기서 설하고 있는 10바라밀대로 수행하고 보살행을 펼칠 때 한국불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10바라밀 중에서 6바라밀까지는 철저히 ‘자리’입니다. 그러나 방편·원·력·지의 철저한 ‘이타’ 수행을 통해서 자리와 이타가 완전히 회통이 되어서 나타나는 번뜩이는 지혜는 10바라밀의 마지막 지(智)가 되는 것입니다. 불법의 이치를 아는 정도의 수준이 아닌 낱낱 중생의 업과 과보를 다 아는 지혜이겠지요. 다시 말해서 반야는 공의 도리를 아는 지혜, 10바라밀의 마지막 단계인 지(智)는 우주의 이치를 꿰뚫는 지혜를 뜻합니다.”

이와 더불어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세간을 뜨겁게 달군 종단 혼란의 원인과 앞으로 한국불교가 나아갈 방향도 제시한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스님은 “오늘날 한국불교 위상의 급격한 추락은 승가의 적폐와 아울러 권세를 추종하며 우르르 몰려다니는 마치 불교를 허영심으로 믿는 불자들도 한 몫 했다”면서 “경전에 의거한 제대로 된 불교공부를 통해 비불교적인 요소를 걷어내고, 나눔과 봉사 등 선행의 실천을 통해 진짜 대승불교답게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경전 공부와 수행, 제도 개혁, 보살행의 실천을 통해 불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면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안목을 열어주며 책의 의미를 더한다. 스님은 “인공지능이 인간 지식의 총량을 넘어서는 특이점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국제기구에서 인공지능의 한계를 명확히 하고, 인공지능의 반인류적 사고와 행동을 제어하는 윤리 도덕적 장치를 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성법스님은 지난 3월 <송대 선종사 연구>와 <북종과 초기 선불교의 형성> 두 권을 발간하고 ‘세존학술총서’ 시리즈 출간을 알렸다. 이 가운데 <북종과 초기 선불교의 형성>은 학술원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스님은 “부처님의 핵심 정설을 연구한 논문과 학술서를 추려내 후대에 전하는 불사에 사부대중의 많은 관심과 동참을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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