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5일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수능을 앞두고 많은 학부모들이 사찰을 찾아 기도를 올리는 시기는 불교 포교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 학부모들을 물론 청소년 불자 양성을 위한 계기로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사진은 서울 도선사 석불전에는 자녀들의 합격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는 불자들의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가피만을 바라는 기도가 아닌
올바른 기도의 방향 제시하고
자녀들과 부모들이 함께하는
법회나 대화의 장 필요

사찰이 단순히 기도를 위한
공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이 불연을
공고히 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11월15일 치러지는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10월에 접어들면서 수능시험도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입학사정관제 도입과 대입전형의 다양화로 예전에 비해 수능시험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수능시험이 대입전형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던 과거와 비해 최근 수험생들의 부담은 다소 완화됐다.

하지만 수능은 수능이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이 느끼는 부담은 여전하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은 남은 기간 본인들의 실력을 점검하고 부족한 점을 보충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 시기가 되면 수험생들 못지않게 학부모들의 마음도 바빠진다. 수험생 자녀들을 둔 학부모라면 사찰을 찾아 자녀들을 위해 정성껏 기도를 올린다.

‘단 한 번의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팔공산 갓바위부처님(관봉석조여래좌상)을 비롯해 설악산 봉정암, 남해 보리암 등 전국 이름난 기도처는 자녀들의 ‘수능대박’을 기원하는 지극한 모정으로 붐빈다. 전국 주요 사찰들 역시 이미 학업성취기도, 3000배 철야정진, 명사 초청 수능특강 등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느라 여념이 없다.

수능을 맞아 전국 사찰에서 실시하는 학업성취기도는 자녀들을 위해 부처님 전에 간절한 염원을 담아 올리는 대표적이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수험생 자녀들을 둔 불자들은 물론이고 종교가 없는 이들 역시 자녀들을 위해 사찰을 찾아 기도를 올린다. 이처럼 많은 학부모들이 사찰을 찾아 학업성취기도를 올리는 시기는 불교 포교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 학부모들을 물론 청소년 불자 양성을 위한 계기로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자녀들을 위한 수능기도는 시험을 앞둔 부모들의 마음을 안심시키고 수험생 부모들이 모여 기도하며 불교와 인연을 맺게 해주는 소중한 자리로서 의미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찰들은 좋은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수능을 전후해 많은 학부모들이 법당 안을 가득 메우고 기도를 올리지만 수능이 끝나고 나면 대부분 썰물처럼 법당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수능 100일 기도나 학업성취기도 시기 부모들의 신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사찰이 단순히 수능 기도를 위한 공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이 기회를 활용해 불교와의 인연을 강화하고 신심을 키울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수능 기도를 통해 불교계가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이 불교와의 인연을 더욱 더 견고히 다질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수능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함이 커지기 마련이다. 당사인 수험생들은 물론이고 이를 지켜보는 학부모들 역시 불안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심적으로 불안하고 어려운 시기 학업성취기도는 마음의 위안을 얻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 때 스님들이 직접 법문을 통해 수험생과 부모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며 부처님 가르침을 전달하는 것은 큰 힘이 된다. 이를 계기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불교와 인연을 맺고 수능 시험이 끝난 이후에도 신행활동을 지속해나갈 수 있도록 사찰에서도 준비가 필요하다.

학부모들이 ‘시험 잘 보게 해 주세요’, ‘좋은 대학에 합격하게 해 주세요’ 등과 같이 막연하게 가피를 바라며 올리는 기도가 아니라 ‘실수가 없도록 해 달라’, ‘공부했던 만큼 자기실력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해 달라’, ‘자식을 믿고, 지켜보는 부모가 되겠다’는 등 발원을 세우고 성취되는 올바른 기도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자녀들과 부모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법회나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일도 필요하다. 사찰에서 수험생 자녀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지 스님이 이들을 격려하거나 장래 희망과 진로에 대한 상담을 하는 방법도 좋다. 자식이 잘 되기길 바라며 노심초사하는 학부모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스님들이 직접 수능기도문을 나눠주거나 발원문을 적어 주는 등의 노력은 불교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효과적이다.

수험생들을 위한 집중명상 강좌나 특강 등을 마련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수험생들은 시험이 다가올수록 초조해지고 마음이 지쳐서 쉽게 피로해질 수 있다. 명상은 마음을 가다듬고, 뇌를 쉬게 함으로써 심신에 평온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현대인의 필수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명상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간단한 명상이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는 것은 수험생들의 집중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대학입시를 마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요구에 맞는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수능 시험을 마친 고3 학생들과 함께 한 ‘마음치유 행복여행’ 템플스테이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최근 많은 사찰에서 수험생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힐링 템플스테이 등을 마련하고 있다. 힐링 템플스테이는 입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하지만 수능시험 이후 본격적인 입시가 시작된다. 12월부터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와 등록, 정시모집 원서접수 등 전형이 이어지고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까지 보통 이듬해 1월말까지 여전히 수험생들은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때문에 수험생들의 요구와 전형 일정을 고려해 템플스테이 등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찰 인근 학교 수험생들을 초청하거나 직접 학교로 찾아가 힐링 특강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권진영 조계종 전국교법사단장은 “수능을 앞둔 시기는 불교 포교를 위해 좋은 기회다. 많은 학교에서도 수능 기도를 전법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며 “단순히 가피를 바라기만 하는 기도가 아니라 ‘실수를 하지 않게 해 달라’ 같이 기도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불교는 합리적인 종교이자 자기주도 학습의 전형적 모델이다. 수험생들이 물질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