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경 박사, 인사동서 ‘서정주 김수경 도자시화전’

서정주(1915~2000) 시인의 주옥같은 싯구가 도자기에 담겨 대중들에게 선보인다.

전 서울대 교수를 역임했던 김수경 박사는 오는 10일부터 16일까지 서울종로구 인사동 백악미술관(일중기념관)에서 ‘서정주 김수경 도자시화전’을 연다. 회고전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는 1982년 서정주 시인과 김수경 박사가 도자시화전을 서울 소공동 롯데미술관에 개최한 것이 인연이 됐고 서정주 시인이 가신 지 18년을 추념하는 형식이다.

서정주 시인 생전에 김수경 박사는 남한산성, 광주를 오고가며 방학과 주말에 약 5년을 보내며 도자기 백자와 분청을 구웠다. 서정주 시인은 도자기에 자신의 시와 글을 썼고 김수경 박사는 그림과 각(刻)을 했다.

김수경 박사는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남한산성의 가을빛이 익어갈 때 볏가리에 벌떡 누우시며 즐거워하시던 모습이 보입니다. 그 겨울 눈이 펄펄 오는데 옛 도로를 달릴 때 ‘야! 오늘은 이 설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하셨고 때로는 주말 도요에서 일이 끝난 뒤 도공들이 난로에 장작불을 피워 김치찌개를 하고, 막걸리 한통을 가져왔습니다. 한잔씩하고 창문을 열어보니, 하얀 꽃 눈송이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그 정겹던 그날이 어느덧 40년이 지났습니다. 서 선생님이 안 계신 이 전시회를 또 하고 있습니다. 도자기를 하러 다니며 하였던 그 시간과 대화를 저는 영영 못 잊을 것입니다. 경기도 광주 우출도요에서 작품을 하시기 전 ‘수경이, 나 막걸리 한잔 주지!’하시며 작품 앞에서 긴장하시던 모습이 보입니다.

홍도와 삼길포를 이야기하고, 수덕사, 수덕여관에 관한 나혜석과 이응로 화백에 대한 추억도 말씀하셨습니다. 무학대사의 간월도와 간월암의 깊은 뜻도 들려 주셨습니다. 그때를 회상하면 40년이라는 세월의 강은 그저 어제와 같습니다.”

김수경 박사는 1937년 충남 서산 출신으로 1963년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1965년 동 대학교 대학원을 마쳤으며 1973년 서울대학교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1년 런던대학교, 1986년 에딘버러대학의 객원교수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구강외과학)교수로 재직했다. 시집으로 ‘나그네 향수’, ‘사랑’, ‘나이테’ 등 25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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