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연극 ‘화반탁출’ 올리는 김숙현 작가

불교연극 '화반탁출'을 무대에 올리는 김숙현 작가.

불가해한 삶의 비의 찾아
구도행 펼치는 수행자의
‘있는 그대로 모습’ 보여줘
“어렵게 올린 불교소재 연극
불자들 관심 많이 가져주길”

원로 희곡작가이자 본지 논설위원으로 15년째 활동하고 있는 김숙현 작가가 간화선을 주제로 한 희곡 ‘자물쇠는 뻐꾸기 소리에 맡겼다’(부제 화반탁출/和盤託出)를 정순지 연출로 무대에 올린다. 극단 창(대표 박창화)은 오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일요일은 오후 2시와 6시) 전 7회의 공연을 부산 거제동 한결아트홀에서 펼친다. 한국의 열악한 연극판에 더구나 불교소재를 올리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 어렵사리 무대에 오르는 연극에 대해 김숙현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선 연극 제목 아래 붙은 부제 ‘화반탁출’이란 용어자체가 낯설어 그 의미를 물었다. “화반탁출(和盤托出)은 떡을 쪄서 시루채로 내 놓듯이 불성(佛性)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을 뜻해요. 연극에서 전직 교수인 고승 통섭이 임종에 즈음하여 치매현상을 보여주는 데 선사를 존경하고 따르는 후학 스님과 권속들은 ‘화반탁출’의 모습을 보고 저마다 자기 근기대로 해석하죠. 노승의 똑같은 병변 현상을 두고 ‘가짜한테 속았다’며 매도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통섭의 화반탁출을 계기로 불법의 비밀장을 열게 되는 납자도 있어요. 결국 같은 기연(機緣)을 두고 수좌의 참구력에 따라 결과가 180도 달라지는 거지요.”

연극 ‘자물쇠는 뻐꾸기 소리에 맡겼다’는 어떤 연극인지 궁금했다. “백척간두에 선 간화선 수행자들의 치열한 구도열과 화두타파 정신을 담은 내용입니다. 이 작품은 한국 선종(禪宗)의 종지(宗旨)인 간화선을 소재로 현재 이 시각에도 인간존재상황을 탈피하기위해 치열하게 정진하는 구도자(究道者)들의 열망을 형상화한 작품이예요. 전에 올린 작품 ‘환화여, 환화여’가 원효라는 전설적 인물의 득도 해탈을 다룬 작품이라면 ‘자물쇠는 뻐꾸기 소리에 맡겼다’는 고승대덕이 아닌 평범한 사람에게 던지는 의미심장한 선문답이죠.”

전체 줄거리도 궁금했다. “연극은 깊은 산사 선방과 연극배우 오세영의 소극장을 중심으로 펼쳐져요. 남 주인공 환주는 홀어머니 밑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으나 학교생활에 취미가 없어 가출을 일삼죠. 그러던 중 운명적 멘토인 통섭스님을 만나게 돼요. 청년이 되자 환주는 통섭을 찾아와 세상을 굴리며 살 수 있는 비법을 알려 달라고 하고 통섭은 네 몸을 움직이는 주인공부터 찾으라 하죠. 그렇게 해서 수행자가 된 환주는 선방에서 치열하게 수행을 해요.

통섭은 교수로 재직하다 아직 어린 1남 1녀를 두고 홀연 출가했어요. 통섭은 출가 후에도 양가득죄(兩家得罪 : 속가의 자녀를 건사하지 못한 죄)에서 자유롭지 못해요. 아들인 성진은 가족을 버린 아버지 통섭을 뛰어넘는 대선승이 되겠다고 수좌가 됐으나 그 한을 극복하지 못해 ‘깨달음 병’ 환자가 됐고, 딸 동미는 아버지와 오빠를 뺏어간 승가에 대해 애증과 갈등이 팽배해요. 연극배우인 오세영은 초파일 특집극 ‘화반탁출’의 주인공 역할을 맡은 것을 계기로 간화선과 수좌들의 내면세계를 알고자합니다.

그리하여 통섭의 속가 딸인 친구 동미를 통해 눈푸른 수좌 환주와 운명적으로 해후하게 되죠. 세영은 주인공의 캐릭터를 파헤치기 위해 환주의 깨달음 정도를 추적하게 되고 환주는 세영과의 만남을 통해 새삼스럽게 수좌로서의 자기 점검을 하게 돼죠. 환주는 위선과 아만, 아집에 갇혀있었음을 스스로 깨닫고 단지연비(斷脂燃臂)로서 새로이 견성성불 서원을 다집니다.

통섭이 심산유곡 토굴에서 중병을 앓게 되자 속가의 아들인 성진은 통섭에게 ‘대선사다운 열반을 해야한다’며 소신입적(燒身入寂 : 불에 태우는 죽음)을 준비하고 토굴마당에 장작더미를 쌓아 다비장을 만들고 통섭을 나뭇단 위에 앉히지요. 통섭은 묵묵히 장작더미에 앉아 성진의 다비장을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불길이 번지려는 찰라 마침 토굴을 찾아온 환주와 동미 등에 의해 저지돼죠.”

이 연극이 주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이 지구상에는 실상(實像)과 우상(偶像)이 반반이라고 했어요. 지혜와 어리석음, 선과 악, 자아(自我)와 무아(無我) 등 서로 대립되는 듯한 두 요소 가운데서 실상을 보는 사람은 자신이 실상이고 우상을 보는 사람은 그 자신이 우상이라는 것입니다. 불가해한 삶의 비의(秘義)를 찾아 승속을 넘나들며 백척간두에 서서 용맹정진하는 참구자(參究者)들, 그들 가운데 과연 누가 먼저 대도를 깨쳐 어디에도 걸림 없는 대자유인이 될 수 있을까요?”(웃음)

워낙 열악한 연극계라 불교작품이 무대에 오르는 것도 이례적이다. 그는 “불교의 깨달음과 득도과정을 다뤄 좀 어려울 수 있지만 수행자들의 구도과정을 통해 인간본성을 회복하려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니 불자들이 많이 관람해 주시고 뜻있는 스님들의 적극적인 후원을 부탁드린다”고 에둘러 말했다. 이번 연극은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으며 전화(010-2584-0997)로 단체예매를 할 수 있다.

불교연극을 준비하고 있는 극단 '창' 배우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