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가지 공덕과 7가지 이익을 베풀리라”

 

미륵보살 지장보살 함께 하는
‘천애’ 절경 ‘호남의 내금강’서
간절한 기도로 중생구제 서원

소년소녀가장에 장학금 수여
국군장병에겐 초코파이 보시
기와불사 이어 직거래장터도 

‘대천신’을 찾아 떠난 ‘53기도도량’ 제30차 순례법회가 가을초입인 지난 9월7일, 8일 양일간 전북 고창 선운사 도솔암에서 여법하게 봉행됐다.

‘53기도도량’ 제30차 순례법회가 지난 9월7일, 8일 양일간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도솔산 도솔암에서 여법하게 봉행됐다. 가을로 들어서는 9월 초입, 회원들은 지난여름의 무더위를 뒤로하고 도솔산 도솔암으로 순례를 떠났다. 소나기가 한차례 스쳐 지나간 선운사와 도솔암으로 가는 산책길은 안개에 덮여 있다가 정오 무렵부터 서서히 천애(天涯)의 절경을 자아냈다. 그러나 여전히 더위가 기승을 부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선운사 길 옆 10여만 평의 차나무에서 품어져 나오는 차향(茶香)이 코끝을 자극했다. 차를 한 잎 따서 입안에 씹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애써 참았다.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곧 순례자의 마음이다. 도솔교를 지나 도솔암으로 오르는 길은 무척 멀었다. 햇볕을 머금은 짙푸른 나무들과 산새소리, 도심에서 결코 맡을 수 없는 맑은 공기와 흙냄새가 회원들의 지친마음을 치유해준다. 53기도도량 순례가 아니고는 맛볼 수 없는 산사의 정취와 풍경이었다. 

도솔암은 백제 위덕왕 때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사록(寺錄)은 전해지지 않는다. 고려시대에 조성한 보물 제280호 지장보살님과 보물 1200호 마애미륵부처님이 조성되어 있는 천년고찰로서 세계유일의 도솔산 내원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도솔천은 수미산 꼭대기로부터 12유순(由旬)을 지나 천계(天界)가 있는 곳에 있다. 그 안에는 미륵보살이 장차 부처가 되어 세상을 제도할 때를 기다리며 계시는 내원궁과 지장보살이 지옥 중생들을 구원한 뒤 장차 미륵보살이 오기를 기다리고 계시는 외원궁이 있다. 이처럼 도솔암은 지장보살님과 미륵부처님이 함께 계시는 지장·미륵 기도도량으로서 미륵신앙과 지장신앙이 함께하는 곳이다. <지장보살본원경> ‘제13 촉루인천품’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부처님께서 지장보살의 크고 넓은 신통력과 방편으로 중생들을 제도하여 지옥에 떨어지지 않도록 부촉하오시며 중생들이 지극 정성으로 지장기도를 행하면 28가지 이익(공덕)과 7가지 이익이 있으리라.” 

우리 회원들은 도솔암 대웅전 마당을 기도처로 잡고 육법공양, 천수경과 사경, 안심법문, 나를 찾는 108참회기도를 여법하게 봉행하고 선묵혜자스님의 법문을 들었다.

“참 먼 길입니다. 도솔암은 천애의 자연을 배경으로 앉아있는 세계유일의 미륵보살과 지장보살이 함께 계시는 곳입니다. 그러니 오늘 이 순례지가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 알고 있어야만 합니다. 또한 여러분은 <화엄경> 입법계품의 30번째 대천신을 친견하러 왔습니다. 그분이 누구일까요? 하늘에 계신 천신입니다. 굳이 밝힌다면 미륵보살이요. 지장보살일지도 모릅니다. 미륵보살은 누구입니까? 미륵이란 친구의 다른 말이기도 합니다. 흔히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보살 가운데 하나로서 부처님으로부터 미래에 성불하리라는 수기(授記)를 받은 뒤 도솔천(兜率天)에 올라가서 지금까지 천인들을 위해서 설법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처님이 입멸(入滅)하신 뒤 56억7000만 년이 지나고 인간의 수명이 8만세가 될 때 사바세계에 태어나서 화림원(華林園) 안의 용화수 아래서 성불하여 3회의 설법으로 272억의 사람들을 교화하신다는 보살님입니다. 

네팔 룸비니에서 채화해 온 평화의 불 이운 분등 기념 초석 제막식 모습.

그리고 지장보살은 누구입니까? 지옥에서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원하시는 보살이지요. 지장보살님 또한 부처님 입멸 후에 미래불인 미륵불(彌勒佛)이 출현하기까지 일체의 중생을 구제하도록 부처님으로부터 부촉 받은 분입니다. 오늘 여러분들은 참으로 오기 힘든 도솔암에 와서 지금 미륵보살님과 지장보살님을 친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공덕과 복덕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오늘 열심히 한 기도로 인해 집안에 무한한 복덕과 공덕이 함께 할 것입니다.” 

선묵혜자스님의 법문이 끝난 뒤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의 법문이 이어졌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숨이 막힐 것 같았던 무더위가 지나고 어느덧 9월입니다. 선묵혜자스님과 53기도도량 회원 여러분, 무더운 지난여름을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입니다. 힘든 몸과 마음을 이곳에서 모두 치유하세요. 도솔산은 봄에는 동백, 한여름은 녹음, 초가을은 꽃무릇, 가을은 단풍, 겨울은 설경으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산 정상에는 기암절벽이 있어서 호남의 내금강이라 할 만큼 풍광이 뛰어난 곳입니다. 

선묵혜자스님과 함께 53기도도량을 찾아 정진하는 회원여러분들이 오늘 간절한 인연으로 도솔암에 오셨으니, 도솔천 지장보살님 전에 지극한 마음으로 조상님과 인연 있는 영가님들을 위해 기도를 하셔서 그들이 업장 소멸과 극락왕생할 수 있도록 천도하시기 바랍니다. 옛 선인들은 ‘유구필응 감응도교(有求必應 感應道交)’ 즉 ‘간절하게 기도하면 부처님과 중생의 교감으로 서원하는 일들이 반드시 이뤄진다’고 하셨습니다. 

더울 때나 추울 때나 기도의 끈을 놓지 않고 정진하는 53기도도량 기도회 회원님들이야 말로 부처님과 가장 밀접하게 교감하는 분들이 아닐까요. 지옥의 중생을 다 구제하겠다고 서원하신 지장보살님과 부처님이 구제하지 못한 중생을 모두 구제하신다는 미륵부처님이 공존하는 해동제일 미륵·지장 기도도량 도솔암에서 원하는 바를 꼭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회원들은 도솔암 순례를 봉행한 뒤 기와불사와 직거래장터, 국군장병 초코파이보시, 소년소녀가장 장학금 수여행사도 가졌다.

“자기 업, 자기 모순 하나씩 걸러낸다” 

 순례, 또 하나의 목적  

우리가 불교를 공부하는 이유는 마음 하나를 알고 마음관리를 잘하기 위해서다. 마음 하나를 잘 쓰면 ‘극락’일 수 있으나 잘못 쓰게 되면 ‘지옥’이 된다. 지금 우리는 미움과 시기, 폭력과 거짓이 난무하는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때 우리 53기도도량순례 회원들은 모두 불법(佛法)을 만났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자경문>에 보면 ‘인생난득불법난봉(人生難得佛法難逢)’이란 경구가 있다. ‘사람의 몸으로 태어나기 어렵고 불법(佛法)을 만나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요즘같이 많은 종교 속에서 불법을 만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불교를 믿는다고 해서 모두 불법이 아니며 바르게 믿고 가르치는 불법을 만나야 한다.

그러나 우리 순례회원들은 사람의 몸을 받고 태어났으며 올바른 불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얼마나 귀중한 시간들인가. 순례에 가서 기도를 하다보면 마음은 그지없이 정갈해지고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데는 기도보다 더 좋은 것도 없으며 자신도 모르게 지은 업들을 참회하고 기도하는 일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정업난면’…천수경 독송하며 
순례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팔만사천법문 이치’ 다가 와

부처님조차도 ‘정업(正業)은 난면(難免)’이라 하여 자신이 지은 업을 구제하지 못한다고 하셨다. 세상에서 자신이 지은 업을 구제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 뿐이다. 부모도 형제도 배우자도 대신할 수가 없다. 그럼 자신이 지은 업을 구제할 방법은 무엇인가? 끊임없이 부처님 앞에서 스스로 참회하고 기도하는 방법뿐이다. 이것이 곧 성불이며 열반이고 깨달음인 것이다. 우리 회원들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반드시 이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부처님 경전을 두고 ‘팔만사천법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그 위대하고 엄청난 경전을 다 읽을 수도 없고 다 이해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 방법이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매일 마음속으로 부처님과 보살의 명호(名號)를 외우는 일이다. 53기도도량순례를 다니면서 천수경을 끊임없이 독송(讀誦)하다보면 팔만사천법문의 이치를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53기도도량순례의 순수한 목적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오늘 내 주위에 일어나고 있는 기쁘고 슬픈 모든 일들은 자신이 지어서 자신이 받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가 끊임없이 불교 공부를 하고 기도도량순례를 나서는 것도 바로 이러한 자신의 모순과 기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불법을 공부하는 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가진 모순의 덩어리를 하나씩 걸러내기 위한 수행임을 명심해야 한다.

선묵스님 

군종특별교구장ㆍ도안사 회주

[불교신문3429호/2018년10월6일자] 

선묵 혜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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