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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교현장에서] 불자 모자유친
  • 이학주 동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 영석고등학교 교법사
  • 승인 2018.10.0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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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들에게 전송할 감사 카드를 작성하는 학생들 모습.

“하나~, 두~울, 셋, 발사!” 며칠 전 수업 시간, 주제는 ‘정념(正念)-따뜻하게 마음먹기’, 부모님께 감사의 카드를 쓴 뒤에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부모님께 전송하는 활동을 했다. 그 때 학생들에게 문자를 동시에 전송할 것을 요청하며 보낸 신호가 바로 그 소리였다. 법당 안에는 순간의 정적이 흐르면서 1분 남짓 될까하는 시간이 꽤 길게 느껴졌다. 설레는, 기대되는, 들뜬, 짜릿한, 걱정되는, 불안한, 초초한, 긴장되는…. 아마도 나와 학생들이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문자를 보낸 후 답신을 기다리면서 느꼈던 감정들이리라.

잠시 후 부모님들로부터 답신이 도착하면서 여기저기서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여전히 많은 학생들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며 답신을 기다리고 있었고, 일부 학생들은 아예 답신을 포기한 듯 핸드폰을 내려놓은 학생도 더러 눈에 띄었다. 답 문자를 받은 학생들이나 받지 못한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환호성을 지르는 학생, 나지막한 탄성을 자아내는 학생, 책상을 두드리는 학생, 친구에게 핸드폰을 보여주며 자랑하는 학생, 짜증 섞인 목소리로 투덜거리는 학생 등 각양각색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학생들의 감정의 덩어리들이 살아서 요동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대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긍정적인 답신을 받은 학생들에게는 축하를, 부정적인 답신을 받은 학생들과 답문자를 받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그럴 수 있으며, 그럴만한 사정이 부모님께 있을 것이라는 인정과 위로를 친구들과 함께 나눌 것을 요청했다. 많은 학생들은 현명하게 대처하고 의연하게 받아들였음을 수업의 말미에서 학생들이 의젓한 성찰과 멋진 소감 나눔을 하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연화회 어머니들이 가족들에게 감사 편지를 작성하는 모습.

그 후 며칠이나 지났을까 여학교에서 오래 근무하시다 새로 오신 교장 선생님이 연화회 정기법회에서 어머님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남학생들이 멋있고 매력적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듣고 있던 어머니 불자들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피어났다. 아마도 교장선생님이 보셨다는 남학생들의 멋진 매력은 무엇인지, 우리 아들에게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찾아보는 새삼스런 경험이 되었을 것 같다.

이어진 특강 시간에 지난 번 학생들과 했던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어머님들이 가족들에게 감사 편지를 써서 사진을 전송하는 사랑표현을 해보게 되었다. 마침 지난 수업 시간에 엄마로부터 의외의 문자를 받고 서운해 했던 Y군의 어머님이 법회에 오셔서 그 때의 사건에 대한 엄마의 본심을 설명하고 사과하고 카드를 써서 발표를 하시고 사진을 전송했다. 물론 아이들은 수업시간이라 답 문자를 보내오지 않았지만 저녁에 있을 일이 궁금했다.

그런데 마침 다음 날 1학년 연화회장을 맡아왔던 L군의 어머님과 새로 회장을 맡으실 Y군의 어머님이 함께 학교에 오셔서 감사카드 사진 문자보내기 활동의 후일담을 들을 수 있었다. Y군의 어머니는 그날 저녁 아들과 모든 오해를 풀고 서로 훈훈한 사랑의 표현을 나눴으며, 외동아들 L군에게 문자를 보냈던 어머님은 저녁에 아들로부터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백허그 선물을 받고 울컥 감동을 받으셨다고 한다. 법회에 다녀가신 어머님들은 그날 저녁 아마도 꽤나 오랜 동안, 어쩌면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 하나 쯤 간직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인간에게 어느 시점에선가 경험한 긍정적 사건, 따뜻한 마음, 사랑하는 사람과의 일체감, 행복한 기억과 장소 등은 어려움 일을 마주했을 때 그것을 이겨내는 힘이 된다고 한다. 팔정도의 정념(正念)을 ‘따뜻하게 마음먹기’라고 이름을 붙여놓고 생각해 본다.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는 성찰하고 미래는 꿈을 꾼다. 몸의 감각과 마음의 상태는 잘 알아차리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감사함으로 마음을 충만하게 한다. 따뜻하고 행복한 정서적 안정 속에서 진정 행복으로 가는 마음을 닦아나갈 힘이 나오지 않겠는가. 우리의 아들딸로 하여금 포근하고 안전한 어머니의 품이 있음을 기억시키자. 불교는, 불자는, 불교 지도자는 저 어머니처럼 부처님의 따뜻하고 안전한 품을 청소년들에게 선물하고 기억시키자. 모자유친(母子有親)하니 어머니의 품에 안겼던 아들이 맘 놓고 떠났다가 지치면 다시 돌아올 수 있듯이, 부처님의 도량도 청소년을 품어주는 쉼터가 되어주고 박차고 날아오르게 하는 발진기지를 제공해야 한다. 

[불교신문3429호/2018년10월6일자] 

이학주 동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 영석고등학교 교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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