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아는 스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다짜고짜 “스님은 요양원 갈 돈 모아두셨나요?” 하고 물었다. 갑작스런 질문에 “글쎄요, 용돈이 좀 있긴 하지만 요양원 갈려면 얼마가 드는지도 모르겠고, 뭐 어떻게 되겠지요”하며 대답을 흐렸다. 그 스님은 도반이 병들어 여기저기 떠도는 것을 보고, 늘 병치레가 잦은 내가 걱정이 돼서 연락했다는 것이었다. ‘가만있자, 나이 들고 병들어 정말 오갈 데 없으면 어떡하지? 수행자의 걸망은 가벼울수록 좋다고 하였는데, 그 걸망조차도 내려놓을 곳이 없다면 어디로 가야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공양 후 도량을 거닐다 누각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참배 온 분이 다가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스님, 옷깃에 달려 있는 것이 매미 아닙니까?” 하는 것이었다. “어디요?” 하며 살펴보니 정말 왼쪽 어깨위에 매미 한 마리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마 정원을 산책할 때 날아와 붙은 모양이었다. 잡아서 날려줄까 하다가 선정(?)에 든 듯해서 내버려 두었다. 이야기를 마치고 방 앞에 와서 보내주려고 살며시 잡으니, 아! 매미는 그대로 꼼짝도 안했다. 이미 죽은 것이었다. 갑자기 머릿속으로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지나갔다. 이 매미의 죽음은 가히 ‘열반’이라 할만하다. 이렇게 멋진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니···.

얼마 전 지인이 동영상을 보내왔다. 태국 스님께서 대중을 모아놓고 설법을 하시곤, 그대로 앉아서 열반에 드는 모습이 있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평생을 수행하다 앉은 채로 입적할 정도의 법력이 되면 참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경우의 스님들도 늙고, 병들어 죽는 일은 당연하다. 앉아서 입적하거나 선채로 열반에 들지는 못하더라도 청빈한 수행자의 한평생 삶은 고귀하다. 오늘 저녁 이 매미는, 무슨 인연으로 내 어깨위에서 입적하였는가? 노후걱정에 잠시 망상이 들려던 찰나,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정진이나 잘하라며, 따끔한 장군죽비 한 대 치러 왔는가? ‘지금 이 자리!’, 화두하나 던져놓고 갔는가? 아차!

[불교신문3429호/2018년10월6일자] 

동은스님 삼척 천은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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