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없는 죽음, 아름다운 삶

로드니 스미스 지음·이창엽 옮김/ 담앤북스

죽음에 깊이 천착한
출가자 출신 명상가

‘호스피스’ 경험 담은
죽음 맞는 조언 눈길

“두려움, 후회 버리고
삶의 신비를 발견하라”

출가 수행자 출신으로 17년 동안 호스피스 활동을 해온 로드니 스미스가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한 <후회없는 죽음, 아름다운 삶>을 최근 펴냈다. 사진은 불교호스피스 활동을 펼쳐온 울산 정토마을자재요양병원장 능행스님이 꺼져가는 생명 앞에서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있다.

‘위대한 성자’ 부처님도 그랬듯이 태어난 모든 존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생명의 탄생을 기뻐하면서 한편으로는 생명의 소멸을 슬퍼하는 것이 삶의 필연적인 모습이다. 탄생을 기뻐하는 만큼 죽음을 두려워하고, 죽음이 다가옴을 느끼게 될 때 지난 삶에 대한 후회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지인, 친구, 친척과 가족 그리고 나의 죽음도 마찬가지다. 존재의 소멸 앞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하지만 두렵기 때문에 죽음을 더 자세히 알고자 파헤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그들은 “죽음은 허무한 소멸이 아니며, 온전한 자유를 얻게 하는 길이고, 삶을 더욱 충실하게 아름답게 살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명상수행을 해왔으며 한 때는 출가해 수행자의 삶을 살기도 했던 로드니 스미스도 그 중에 하나다. 환속 후 호스피스 간호, 호스피스 사회 복지사, 사별애도상담원, 프로그램 편성자, 전무이사 등 17년 동안 호스피스 관련 일을 해온 그는 최근 펴낸 <후회없는 죽음, 아름다운 삶>을 통해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삶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신비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된다”고 강조한다.

“47세의 호스피스 환자가 창밖에 아침 햇살이 반짝이는 바다를 내다보았다. 그 풍경을 오랫동안 조용히 바라본 후 그녀가 말했다. ‘나는 이 집에서 자라서 바닷물에 빛나는 햇살을 여러 번 보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줄 여태 몰랐네요. 여기서 바다와 햇살을 바라보는 게 정말 큰 기쁨을 주는군요.’ 우리는 너무 바빠서 바로 눈앞에 있는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 적이 있다.” 특히 임종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지막을 함께 하며 얻은 직접적인 조언과 많은 이야기, 개인적인 일화 등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가르쳐준 교훈들은 진정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새롭게 한다.

“나는 호스피스에서 일하는 동시에 죽어가는 이들에게서 배우는 학생으로서, 그들이 이제까지 알았던 모든 것을 상실하게 되었을 때 얻는 통찰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런 상호작용의 토대가 된 것은 삶과 죽음의 신비를 깊이 대면하는 것이었다. 그 신비는 살아 있음에 본래 존재한다. 우리 모두 한때는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관심사를 좇느라 잊어버렸다.” 저자는 미얀마의 수행자 마하시 사야도에게 계를 받고 태국에서 아잔 붓다다사와 함께 7년간 수행하며 죽음에 깊이 천착(穿鑿)했다. 그가 수행자의 삶을 포기하고 세상으로 돌아온 것은 죽음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환속한 뒤 그는 호스피스에 관련된 여러 활동에 종사하면서 죽음의 바로 곁에서 죽음과 삶을 탐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매일 10분 동안 앉아 자연의 소리를 듣는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끄고 혼자 앉는다. 방해하는 것을 모두 멀리한다. 무슨 소리인지 알아내거나 판단하려 하지 말고, 고요 속에서 소리가 일어나고 다시 고요 속으로 사라지는 걸 듣는다. 자연과 연결될 때 가슴 속에 나타나는 기쁨과 애정을 느낀다. 그 기쁨과 삶의 신비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13개 장 끝에 수록돼 있는 ‘성찰과 연습’을 실천하면, 각 장에서 전하는 삶의 지혜를 자신의 삶에 보다 완전하게 통합할 수 있다. 본문에서 읽고 얻은 지적 이해를 자신의 진정한 변화로 연결해 주기 때문이다. 저자가 “진정한 변화는 책에 나온 말을 자신의 것으로 완전히 소화할 때 일어나는 만큼 성찰과 연습은 이 책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불교사상가이자 수행자로 잘 알겨진 조셉 골드스타인은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은 여기에 실린 많은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용기 있는 정직성 때문에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교훈’으로 불릴 수 있다”면서 “더불어 우리의 생각, 희망, 두려움 속의 세밀한 점과 미묘한 차이를 밝혀 우리를 능숙하게 안내한다”고 의미를 전했다. 이어 “현명하고 친절하게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것을 일깨우고, 또 죽음이 삶을 밝히는 위대한 신비임을 알려 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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