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술래가 저녁공기를 가르고 신호를 준다. 술래를 혼란시키려고 여기저기서 아직 아니다 서로 외쳐주어 방향을 뒤섞었다. 

네온사인 화려한 불빛 없는 캄캄한 저녁. 우리는 우리의 몸을 숨겼다. 술래가 도저히 찾기 어려운 곳으로. 짚단 쌓여진 빈 구석에 기어들어가기도 했고 강아지 순구 집 옆에 딱 붙어 순구가 짖을까봐 가슴 조리기도 했다. 

숨 쉬는 것 마저 들킬까봐 호흡 고르며 혼자 숨어있는 시간이 좋았다. 술래의 발자국은 가까이 조여오고 그 때 슬쩍 보인 밤하늘 별들은 촘촘히 빛났다. 술래가 못보고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라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뒤돌아서던 술래의 조여옴은 아찔하게 흥미로웠다. 

숨바꼭질 놀이처럼 꽁꽁 숨겨진 나. 들키는 것을 전제로 한 짜여진 플롯. 들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기실은 아주 손쉽게 들키는 구조. 우리의 삶은 그럴지도 모르겠다. 잘 숨기는 걸 목표로 하지만 들키는 걸 전제로 하는 드라마처럼.

찾는 것은, 플롯을 풀어내어 읽는 것은 술래의 몫이다. 우아하게 읽어 줄 근사한 품격 있는 술래들을 만났으면 한다. 그에게 숨겨져 있는 낭만을 들키고 싶다. 술래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부끄러운 듯 웃으면서 문득 놓여나고 싶다. 그리고 술래와 어깨동무를 하고 집으로 가고 싶다. 다정하게. 

북두칠성이 의젓하게 떠있는 초가을 밤에 허공을 가르고 꽁꽁 숨어라 머리까락 보일라는 술래의 노랫가락이 아련하다. 내가 들킬 낭만은 얼마나 많을지 궁금하다. 불현듯 차 한 잔 하자며 석별처럼 나타날 술래가 그립다.

[불교신문3425호/2018년9월19일자] 

선우스님 서울 금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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