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허기념박물관 2018 특별기획전 19일 개막

서운스님 경북종무원장 취임기념 사진(가운데, 1957년 불국사 석굴암 앞).

만공 한암 금오스님 등 근ㆍ현대 한국을 대표하는 큰스님 사진전이 열린다. 사진전은 바로 탄허기념박물관(관장 혜거스님, 금강선원장)이 오는 19일 오후 1시 ‘성성(惺惺)하고 적적(寂寂)하라-깨어 있으되 고요하라’는 주제로 개막하는 2018년 특별기획전.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는 스님은 만공 구하 한암 춘성 운허 금오 벽안 향봉 청담 서운 보문 향곡 월하 경산 숭산 일타 이종욱 인홍스님 등 18인으로 일제강점기 선(禪)을 중흥시키며 올곧은 수행을 이어온 큰스님 열여덟 분으로, 사진뿐만 아니라 말씀의 진수까지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성성적적’ 2018 특별기획전 포스터.

이번 전시는 지난 2017년 ‘팔풍취부동전’에 이은 두 번째 큰스님 사진자료전시회다. 1945년 이전 큰스님들과 사찰전경, 1945년 이후의 사찰전경과 큰스님들의 사진을 고증자료로 수집해 놓기 위해 시작됐다. 때문에 이번 2018년 <성성하고 적적하라>전시회 자료도 1회 때와 마찬가지로 큰스님들이 안거했던 국내 30여 사찰과 성보박물관, 각 문도회를 통해 어렵게 모았다. 18인 큰스님 사진 100여점 중, 엄선한 54점을 전시하고 나머지는 도록에 수록했다. 이 전시회가 끝나고 제3차 전시회에는 1, 2차 전시회 때 누락됐던 사진을 보완 수집하여 기록물을 만들고 큰스님들의 사진과 사찰전경 사진을 빠짐없이 수집하여 중차대하고 소중한 역사적 자료를 정리하여 후세에 전승한다는 계획이다.

혜거스님은 ‘도록’ 서문을 통해 그 취지를 좀 더 상세하게 전했다. “젊었을 때, 사진 찍는 일이 유행일 때가 있었는데, 그 때 대부분 스님들은 '중이 사진은 뭐 하러 찍느냐'고 피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심지어 사찰 행사 때 단체로 찍는 사진마저도 찍지 않는 스님들이 많아서 먼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어른들의 모습을 뵐 수 없는 아쉬움이 크다”고 전하면서 더 안타까운 것은 “사진이 본인 또는 문중에서 보관되다 유실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큰 어른들의 흔적을 찾을 길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성적적(惺惺寂寂)’은 원효스님의 <금강삼매경론>에 나오는 단어로, 고요하면서도(寂) 의식이 맑게 깨어 있는 상태(惺)이며 이것은 모든 수행에서 근본으로 삼는 중요한 태도이다. 탄허기념박물관 측은 “이 말은 비단 수행자들에게만 필요한 의미가 아니다”고 했다. “지금 우리는 끊임없이 고통과 괴로움, 불화, 갈등과 같은 소란스러운 번뇌에 흔들리고 있다”며 “이것을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기에 전시대를 살아가신 큰스님들이 항상 강조하신 ‘마음의 중심’ 잡는 방법, 즉 ‘성성적적’을 이번 전시의 중요한 키워드로 삼았다”고 밝혔다.

김가현 학예사는 “혜거스님이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사진전을 진행하는데 제일 어려웠던 점은 사바세계에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아 하신 큰스님들의 의지였고, 그 점이 이 전시를 기획하게 된 강력한 이유기도 하다”고 전시회 배경의 또 다른 면을 전했다. 스님들의 말씀과 수행은 문도들에 의해 대부분 말과 글로 기록되어 왔고, 그 과정에서 왜곡된 내용들이 그대로 구전되기도 하고 심지어 전혀 다른 인물이 큰스님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불교계 인물 기록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여 “중요한 스님들의 삶에 대한 기록 사진을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 사진전을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동화사 주지 당시 서운스님(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효봉스님(오른쪽에서 네 번째).


또한 ‘성성하고 적적하라’ 사진전의 큰스님들은 19세기 말 출생하여 일제강점기를 지나 6ㆍ25한국전쟁, 5ㆍ16쿠데타 등 정치와 사상적 격변시대를 수행과 참선, 때로는 혁명가 못지않은 결사로 한국불교의 선을 중흥시키고 민족정신을 지키며 올곧은 수행을 이어온 분들이다. 곧 18인의 큰스님은 “종교적 이상을 넘어서 사회와 국가가 나아갈 대승적 좌표를 보여준 분들이기에 이 사진들은 자료 그이상의 가치를 가진다”는 것이다.

“87년의 일이란 일곱 번 넘어졌다 여덟 번 일어나는 것이로되 횡설수설이여 붉게 타는 화로 위에 한 점의 눈일레라.”(춘성스님의 마지막 게송) 이번 전시에서는 춘성스님의 상좌 혜성스님이 유일하게 보관해온 단 한 장의 사진도 전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시회는 오는 10월20일까지 서울 자곡동 탄허기념박물관에서 계속된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매주 월요일과 추석연휴 때는 쉰다.

운허스님(앞줄 왼쪽).
월하스님.
춘성스님.
향곡스님.
향봉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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