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을 두 부류로 노나본다. 하나는 남의 말을 잘 따르는 사람들이다. 순종파라고 하겠다. 자기 주견을 뚜렷이 갖지 않은 사람들이 남의 말을 잘 듣는다. 판단력이 약해서 비판능력이 없는 사람들도 남의 말을 잘 듣는다. 이런 사람들은 말 하는 사람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준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귀만 갖고 다리는 사람’이라는 비아냥도 받는다. 우리 동네 식당 아줌마는 아는 게 참 많다. 정치 이야기, 사회 사건 이야기, 연예인 뒷 이야기, 동네 아줌마 할배 할매 이야기 등 등 정말 모르는 게 없는 아줌마다. 어찌 그리 많이도 아느냐니까 TV가 모두 가르쳐 주고 식당에 드나드는 아줌마들의 수다에서 들어서 안단다. 이 식당 아줌마가 ‘귀만 갖고 있는 사람’이다.

또 하나의 부류는 하심(下心)하는 사람이다. 자기를 낮추고, 제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마냥 조용히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다. 들어준다고 해야 바른 말이 되겠지. 

이런 사람들은 상대방을 이해하려 애쓴다. 또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도 갖고 있다. 그래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의 말을 잘 듣는다. 말하는 사람을 가리지도 않는다. 남녀 노소 누구의 말도 거리낌 없이 듣고 받아들인다. 그렇다고 해서 말하는 사람을 무턱대고 좇지도 않는다. 비판력과 세상 물정을 보는 안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과묵하면서도 자기주장을 상대방에게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러기에 남이 말하는 걸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거다. 마치 바다가 온 강물을 다 받아들이 듯. 이런 부류를 하해파(河海派)라 불러보자.

순종파가 되든 하해파가 되든 그건 각자의 몫이다. 중요한 것은 순종파 하해파가 별개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하나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거다. ‘귀만 갖고 다니는 사람’도 때로는 되어야하고 묵묵히 모두 받아들이는 사람도 돼야한다. 우리들에게는 그 둘이 다 갖추어져 있다는 것 또한 우리는 알고 있다. 

[불교신문3423호/2018년9월12일자] 

이진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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