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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세계관은 불교, 유교, 도교의 결합”

베트남 사상사

응웬 따이 트 편저·김성범 옮김/ 소명출판

베트남 학자들 연구성과
한 권 책에 담은 번역서

선사기 부터 18세기 사상
삶과 문학, 역사 등 담아

“베트남의 변함없는 뿌리
그 사상 따라가는 여정”

응웬 따이 트 전 베트남사회과학한림원 철학원 부원장이 베트남 학자들의 연구성과를 모아 펴낸 <베트남 사상사>가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됐다. 사진은 베트남의 대표적인 고찰인 한 기둥 사원.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베트남 대표음식인 월남쌈이나 쌀국수 한 번 안 먹어본 이가 있을까.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다낭과 하롱베이 등은 인기 여행지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의 활약으로 베트남은 우리에게 더욱 친숙한 나라다. 또한 우리나라 불자들에게는 세계적인 명상수행자 틱낫한 스님을 배출한 동남아 불교국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베트남의 겉모습일 뿐 그들의 사유하는 내면의 모습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사회과학한림원 철학원 부원장을 역임하며 베트남 불교사, 사상사 등을 집중 연구한 응웬 따이 트 교수가 기존 학자들의 연구 성과물을 책으로 펴낸 <베트남 사상사>가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됐다. 특히 국내 처음으로 소개되는 베트남 사상서로 베트남의 변함없는 뿌리, 그 사상에 대한 여정을 담고 있어 눈여겨 볼만하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처럼 반만년의 역사를 지녔다. 근대에 이르러 1945년 일본의 패망으로 해방을 맞은 베트남인들은 ‘베트남민주공화국’ 선포했다. 그러나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이들 역시 16도선으로 국토가 강제 분할되는 역사를 겪어야 했다. 1954년 프랑스의 지배를 벗어난 이들은 다시 미국과의 전쟁을 해야만 했다. 전쟁의 막바지 1970년대 초 각 분야의 현지 학자들은 베트남의 사상의 뿌리, 불변하는 하나의 뿌리를 찾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 책은 베트남 전쟁이 끝날 무렵 프로젝트를 시작해 1993년 결실을 본 연구 성과물을 우리말로 완역한 번역서다. 이들의 사상을 따라가다 보면, 이들의 삶과 문학, 역사 등을 읽을 수 있다. 더욱이 베트남 철학의 논쟁사를 훑기보다 베트남의 뿌리를 찾기 위한 여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점은 사상사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임에도 독자들에게 어렵지 않게 다가가게 한다. 베트남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물론 한국사상이나 통일에 관심이 있는 독자도 책의 곳곳에서 흥미로운 내용들을 접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더불어 이 책에 따르면 중국 문화 영향을 받은 베트남은 과거에 한자를 사용하고 유학을 장려했다. 하지만 중국 통치를 거부했고, 영토를 남쪽으로 확장해 나가면서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했다. 책은 북위 16도를 기준으로 남과 북으로 분할됐다 통일한 뒤에 나온 탓인지 베트남 사상에서 다양성보다는 통일성을 강조한다. 저자들은 고대부터 18세기까지 베트남 사상을 요약한 뒤 반대되는 요소의 충돌과 화해를 의미하는 양분양합적 사유와 나라사랑주의를 주요한 특징으로 꼽는다.

이를 위해 선사시기 유적과 유물에 담긴 사상에 대해 고찰한다. 그 다음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10세기까지 1000년이 넘는 시간동안 북방의 한(漢)과 당(唐) 등의 식민지배를 받던 북속(北屬) 시기의 사상 경향을 다룬다. 독립투쟁이 이어지는 중에 불교와 유교가 유입돼 베트남 사상에 영향을 끼쳤다. 이후 한화(漢化)되지 않고 독립을 쟁취한 베트남은 딘, 레, 리, 쩐, 레 왕조를 거치면서 불교와 유교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사상의 흐름을 살펴본다. 응웬 따이 트 교수는 “베트남 철학의 세계관은 복합적 세계관에 속한다”면서 “중세 유럽의 세계관을 이루는 중심에는 가톨릭이 있었다면, 베트남의 경우 불교, 유교, 도가의 결합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교와 유학, 도가는 서로 다르며 종종 반대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상보적 관계를 형성하면 베트남의 세계관을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20세기 초부터 진행된 전통사상의 비판운동으로 베트남의 노동자 계급이 나라의 대표가 되어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보급하면서 봉건적 세계관은 무너졌으며 결국 혁명적인 세계관이 베트남을 구축하게 됐다. 이는 베트남 사상사에서 획기적인 이정표가 되기에 충분했다.

특히 베트남의 독립영웅인 호치민이 화두로 삼았던 ‘변하지 않는 것으로 만 가지 변화에 대응한다(以不變 應萬變)’은 이후 베트남의 고유한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 이 책은 베트남 학자들이 이 불변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정이라 할만하다. 그리고 우리에겐 미국이나 프랑스, 중국, 일본의 시선을 거치지 않고 직접 베트남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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