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 중생을 위한 것이 참된 회향

다 이룬 뒤 교화하겠다는 건 
자신의 능력을 낭비하는 것
닦아온 것은 즉시 회향해야 

<화엄경> 7처 9회 39품 중에 제5회 법문의 본론이 바로 제25품인 ‘십회향품’이다. 승도솔천궁품과 도솔천궁게찬품의 서론이 드디어 끝나고 <화엄경>의 중요부분인 본론 십회향으로 들어왔다. 십회향품은 80권 화엄 중에서 10권반이나 차지할 만큼 중요한 가르침이다. 공부하는 것도, 수행하는 것도, 재산이나 지식을 쌓으며 살아가는 것도 다 중요하지만, 세상에 어떻게 회향하고 있는지, 어떻게 되돌려 주고 있는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회(廻)는 되돌리는 것이며 향(向)은 나아가는 것이니 자신이 닦은 모든 수행을 되돌려 3곳에 향하기 때문에 회전취향(廻轉趣向)이라 부른다. 대승불교의 보살사상인 상구보리 하화중생 정신으로 삼처회향(三處廻向)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3처라 함은 바로 대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려는 ‘중생회향’과 선근을 위없는 깨달음을 향해 똑바로 전진하게 하는 ‘보리회향’과, 열반의 세계로 들어가게 하려는 ‘진여회향’이다. 이 3가지에 내가 수행해 이룬 모든 것을 지금 이 순간 모든 이들에게 평등하게 능력껏 회향할 수 있다면 그는 진정한 부처님의 제자다. 시간과 사람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무엇인가 다 이룬 뒤에 중생을 교화하겠다고 하는 것은 자신의 능력을 낭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닦아온 모든 것을 즉시에 회향해야 한다는 것이 이 품의 진실이다.

십회향품은 금강당보살이 삼매 속에서 우주에서 온 금강당불들에게 가피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선재 선재라. 선남자여, 그대가 능히 이 보살의 지혜광명삼매에 들었구나. 이는 시방으로 각각 십만 세계의 미진수 모든 부처님들이 위대한 신통력으로 다 같이 그대에게 가피하려는 것이며, 또한 비로자나 여래의 지난 옛적 서원의 힘과 위신의 힘이며, 또 그대의 지혜가 청정하기 때문이며, 모든 보살의 선근이 더욱 뛰어나 그대로 하여금 이 삼매에 들어서 설법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니라.” 

이 말을 듣고 금강당은 삼매에서 나와 도솔천의 대중들을 향하여 막힘없는 설법을 시작한다. “불자들이여, 모든 보살들이 진실한 큰 서원이 우주법계에 충만하여 일체 중생을 널리 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부처님의 회향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부처님을 따라 보살이 지녀야 할 10가지 회향의 의무를 실천하도록 합시다.”

△일체중생을 구호하면서도 중생이라는 상을 떠난 회향 △깨뜨릴 수 없는 회향 △일체 모든 부처님들과 평등한 회향 △온갖 곳에 이르는 회향 △다함없는 공덕장 회향 △견고한 일체 선근을 따르는 회향 △일체 중생을 평등하게 대하는 회향 △진여의 모양인 회향 △속박도 없고 집착도 없는 해탈의 회향 △법계에 들어가는 무량한 회향 등 이렇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십회향’이다.

금강당보살은 부처님을 따라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라 말한다. 중생을 위하여 자기의 모든 선근을 아낌없이 제공하여 일체중생들의 쉼터, 안온처의 역할을 하며 길 없는 이에게 길이 되고, 어두운 밤중에 등불이 되어 그를 구호하고 제도하여 성숙하게 한 후에 그가 원하는 모든 길이 다 성취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 가운데 6번째 회향인 ‘견고한 일체선근을 따르는 회향’의 실천법은 청정한 보시와 회향이 무엇인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목숨 바쳐 실행해야 할 60가지 보시회향이 있는데, 26번째 살갗이 붙은 정수리의 육계보시로부터 눈, 귀, 코, 치아, 혀, 머리, 몸의 세포, 골수, 장기, 심장, 창자, 콩팥, 간, 허파, 팔다리, 피부, 손가락, 발가락을 보시한다. 또 40번째가 살이 붙어있는 손톱을 보시하는 것을 보면, 그 때 의학은 이미 절단된 신체와 세포를 신경학적으로 이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참된 회향은 자기 행복이 아닌 일체 중생의 행복을 위해서 하는 것이며, 그것이 가장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기본삶이란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평등이 조화임을 알면 아낌없이 주어야 할 회향처가 무진장 있음을 알게 된다. 이제 우리는 내 생명을 이어가는 희망의 몸짓이 회향이라 하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았으니 당당하게 실천해야 한다.

[불교신문3422호/2018년9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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