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교사단 광주전남지역단이 개최한 여름 불교학교에서 지역 연예인 초청 콘서트를 즐기고 있는 소년분류심사원 원생들.

1996년이었다. 광주불교대학을 졸업하고 포교사가 됐다. 그 해에 광주전남에서 첫 번째 포교사들이 배출된 것이다. 곧바로 소년분류심사원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정신소양교육을 하면서 포교의 첫 발을 내디뎠다. 평소 청소년포교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 사회로부터 주목받지 못하는 청소년들과 함께하겠다는 원을 세웠던 것이다. 

소년분류심사원은 법원으로부터 결정 송치된 가위탁 소년을 수용하고 분류심사하는 기관이다. 청소년기는 자아정체감을 형성하는 시기여서 인간발달과정에 있어 중요한 시기이다. 가정, 학교,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거리를 방황하다 범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원생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자 했다.

종교활동 시간에 원생들과 법회를 봤다. 매주 정기적으로 시간을 낸다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았다. 그래도 원생들과의 법회를 1순위로 두었다. 천재지변이 아니면 법회는 꼭 참석했다. 기초교리, 108참회정진, 찬불가, 사경, 사불, 연등 만들기, 반야심경 암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원생들은 꿈에 부푼다. 연등을 만들어 법당을 장엄하고 찬불가 독경대회를 준비하며 ‘함께 한다’는 희망을 품는다. 포교사들과 함께 위문공연을 마련하고 원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 또한 해마다 여름 겨울 수련회를 통해 ‘우리도 부처님 같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수행을 점검하고 있다. 올해도 폭염속에 열린 수련회에 법당을 찾는 원생들을 보면서 ‘더 힘을 내자’고 다짐해 본다. 아울러 사춘기를 갓 벗어나는 시기여서인지 흥미보다는 차분한 분위기의 불교를 좋아하는 원생들도 많은 편이다. 이래저래 불교반을 찾아오는 원생들이 늘어날 때마다 힘을 얻는다. 

몇 해 전부터 포교사단 교정교화팀이 발족해 포교사들이 돌아가면서 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모두가 소년원 포교에 서원을 세운 부루나 존자들이다. 지역 사찰과 불자들도 뜻을 모아 법당에 TV와 비디오를 설치해주었다. 불교영화를 비롯한 영상포교를 병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원생들과 법회를 이어온 지 어언 23년째를 맞이한다. 처음 소년원 포교를 시작할 때는 욕심이 많아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회의를 느끼고 갈등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면서 원생들의 마음을 살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원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마음이다. 상담을 통해 원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변화를 느낀다. 부모님 생각하고, 절에 다니며,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는 원생법우의 편지를 받을 때는 감격하기도 한다.

불교는 어둠을 밝음으로 바꾸는 종교이다. 곧 한 생각을 돌이키면 고정된 관념이 변화하여 원만하고 바르게 보는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결손가정의 환경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거리를 방황하며 따뜻한 부처님 품같은 자비의 손길을 기다릴지도 모른다. 미래의 주인공이요, 희망인 청소년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포교에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불교신문3422호/2018년9월8일자] 

이재언 포교사단 광주전남 지역단 교정교화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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