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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2 (2018).9.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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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에세이] 실향민

고향 종형님에게 전화가 왔다 
주민들이 동네 산을 매도해서
그 산에 선조를 모신 후손들은 
산소이장 비를 받아가라는 것…

형의 성난 목소리도 그렇지만 
후손들에게 상의 한마디 없이 
동네 산을 임의로 매도해버린 
부도덕성을 한탄할 수밖에…

내 고향은 산자수명한 문경시 마성면이다. 북으로 백두대간의 조령산과 백화산, 북동으로 봉명산과 주흘산, 동남으로 오정산과 어룡산이 천도 십자 혈을 이루고 그 사이로 기름진 큰 평야가 있는 곳이다. 게다가 문경새재를 비롯한 웅장한 산맥이 에워싼 골짜기에서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고, 무지갯빛 비늘을 가진 강피리가 수 없이 헤엄치던 조령천이 흐르고 있다. 어디 그뿐 이랴, 내(川)에는 꺾지, 민물 게, 모래무지, 살 미꾸라지, 수염 긴 메기가 살고, 뒷산인 봉명산줄기에는 봄, 여름, 가을 이름 모를 야생화가 산야에 자욱하게 피었다.

겨울이면 더 장관 이었다. 백두대간에 걸리는 구름이 모두 눈이 되면서 긴 겨울 내내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그야말로 설국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밤이면 기러기 떼가 하염없이 지나갔다. 그리고 다른 겨울철새도 무리를 지어 밤하늘 별 사이로 수없이 날아갔다. 나는 겨울밤 얼어붙은 은하사이를 날아가며 울어대던 그 철새들과 내 고향의 아름다운 산천을 영원히 잊지 못 한다. 

그러나 세월은 무정하게 흘렀다. 직장 때문에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떠돌다가 인생이 거의 지나가고, 양친 부모님마저 다 돌아가시자, 못내 고향집을 지키지 못하고 헐어버리게 됐다. 이제 고향에는 그 쓸쓸한 빈 집터와 부모님을 비롯한 윗대 조상님을 모신 선산만이 나의 연고가 되어 있다. 

그런데 올 초 봄, 고향에 계시는 종형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동민들이 동네 산을 매도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네 산에 선조를 모신 후손들은 즉각 신고를 하고, 이장 비를 받아가라는 것이다. 종형님의 성난 목소리도 그러하지만 후손들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동네 산을 임의로 매도해 버린 동민들의 부도덕성에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동네산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사람 소유였다. 1945년 해방되고 산주인 일본인이 본국으로 가기 전, 조상님 묻을 선산마저 없는 가난한 동민들에게 기증한 것이다. 그 후, 동민들이 돌아가시면 동네 산에 매장을 했고, 현재 120여 기의 묘소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태양광업자가 끈질기게 달라붙어, 현재 거주하는 동민들을 설득, 기어코 동네 산을 매수했다는 것이다. 그전에도 몇 차례 그런 패륜적인 시도가 있었지만 사리를 따져 설득해 그냥 넘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어코 사달이 난 것이다. 동네 뒤 봉명산은 현재 태양광 발전을 하고 있고, 그 옆에는 전선가공 공장을 짓는다고 대규모 산림 훼손이 되어 있는 상황인데, 그 옆에 있는 동네 산 73정보까지 또 개발하면 그 아름다운 봉명산은 사실 없어져 버리고, 나는 내 고향 즉 고향산천을 영원히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산은 한번 훼손되면 복원이 안 된다. 정부의 마구잡이식 태양광 발전 정책이 기어코 고향산천을 파괴하고, 고향의 인심을 사납게 하고, 돈 때문에 선조의 뼈를 유해를 마구 파내는 유물적인 패륜을 저지르게 한다. 태양광 발전도 경제 성장도 할 만 하면 해야 한다. 그러나 최소한 공동으로 계시는 조상 묘는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당신들은 누구의 후손인가. 

[불교신문3421호/2018년9월5일자] 

김찬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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