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환의 원인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술이나 독성 물질, 지방이나 중금속의 과다 축적, 비정상적인 면역반응 등 다양하다. 이러한 원인들에 의하여 바이러스 간염, 알코올 간질환,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독성 간염, 자가면역 간질환 등이 발생하고, 만성적인 경과를 거쳐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우선 바이러스 간염은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이 간에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이다. 정확한 실체가 확인되기 전부터 간염을 임상적 양상에 따라 구분하고, 원인 인자를 간염 바이러스일 것으로 추정했는데, 간염바이러스는 A형부터 E형까지 발견됐다. 한국인 간질환에서의 유병률 및 질병 부담에 근거하여 판단했을 때 가장 비중이 큰 간염은 B형간염이며, 다음으로 C형간염, A형간염이 뒤를 잇는다. 이들에 비해서는 드물게 발생하지만, D형간염과 E형간염도 임상적 의미를 가진다.

알코올 간질환 지방간, 알코올간염, 간경변증, 간암 등 모든 종류의 간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알코올은 간경변증의 원인으로서는 B형간염 다음으로 2번째이고, 간암의 원인으로서는 B형간염, C형간염 다음으로 3번째다. 단주가 알코올 간질환의 가장 중요한 치료이나, 정신의학적인 문제인 알코올 사용장애와 결부되어 있어 개인의 의지만으로 단주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유의한 알코올 섭취나 약물 복용 없이 생기는 지방간질환을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이라 한다. 비만, 제2형 당뇨병, 고혈압, 고중성지방혈증을 특징으로 하는 대사증후군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대사증후군의 간 징후로 일컫기도 한다. 심혈관질환의 발생과도 높은 상관 관계를 보인다. 대체로 양호한 경과를 가지지만, 일부 환자는 비알코올 지방간염, 간경변증 및 간암과 같은 심각한 간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유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서구화된 식습관, 비만인구의 증가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독성 간염은 섭취한 약제나 유기 혹은 무기물질 등에 의해 간 손상이 발생하는 것을 가리킨다. 약물, 한약, 생약, 건강기능식품, 비타민, 호르몬제 등 원칙적으로 모든 성분이 독성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복용 후 몇 시간 만에 간 손상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수개월이 지난 후에도 발생할 수 있고, 경미한 간 손상에서부터 급성 간부전까지 다양한 임상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자가면역 간질환은 자신의 간 조직 항원에 대한 관용 상태가 소실되어 생기는 만성 간염의 한 형태이다. 대표적으로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증과 자가면역간염이 있다. 주로 중년 여성에서 발생하며, 북미지역이나 유럽에 비하여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드문 간질환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병세의 조절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간경변증으로 진행하여, 간암이 발생하기도 한다.

유전적 배경이 발병의 주요 원인이 되는 유전 질환이나 정상적인 신체대사의 혼란을 야기시키는 대사 질환도 주요 간질환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윌슨병, 혈색소침착증, α1 항트립신결핍증, 가족성 간내담즙정체 등이 간에서 중요한 이상이 나타나는 유전 및 대사 질환의 대표적인 예들이다.

한국인에게 간은 오랫동안 생명에 필수적인 ‘콤플렉스’와 같은 의미로 자리매김해 왔다. 우리 역사 속에서도 간질환 관련 자료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으나, 의학의 개념으로 간질환을 이해하게 된 것은 반세기 정도에 불과하다. B형간염과 알코올 간질환은 한국인 간질환의 오랜 핵심 주제이며,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이 현저히 증가하고 있어 최근 들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불교신문3421호/2018년9월5일자] 

조혜기 동국대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