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류는 사라지고, 유럽인은 침대에서 얼어죽고, 아마존은 사막으로 변하고, 일부 대륙은 불길에 휩싸이고 나머지는 물에 잠기고, 2085년까지 북극의 여름 얼음이 사라지면서 북극곰도 함께 자취를 감출 거라고 했다.” 

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이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며 2010년 발표한 소설 <솔라(Solar)>의 한 구절이다. 그런데 매큐언은 현대 문명과 인간 본성의 맹점을 다룬 이 소설에서 뜨거워지는 지구보다 탐욕과 집착으로 들끓고 있는 인간 내면의 흑암이 훨씬 더 지구 멸망을 가속화시키고 있음을 냉소적으로 그리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지구촌 곳곳이 기록적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체감온도가 46도에 달한 캐나다에서는 지난달 초 일주일 동안 70여명이 사망했고,일본에서는 3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산불이 잘 나지 않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에서도 폭염 속에 수십 건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지구촌 무더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대기권 중상층 상공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하며 뜨거운 공기를 가둬 놓는 ‘열돔 현상’을 꼽고 있다. 열돔 현상의 근본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때문인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요즘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갑자기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면서 극도의 무기력증에 빠지게 되는 번아웃(Burn-out) 증후군이 자주 화제에 오르고 있다. 번아웃 증후군은 다른 말로 탈진 증후군으로 불리는데 현대인은 경쟁하고 일에 몰두하느라 에너지 과잉에 빠지게 된다. 증상이 악화되면 불면증,약물 의존, 우울증 등으로 발전, 나중에는 자기가 자기를 먹는 오토파지(autophagy, 자가포식)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인류가 무절제하게 에너지를 과소비하며 배출한 온실가스가 기온상승과 폭염을 불러오고 폭염은 에어컨 등의 가동률을 높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케 한다. 이같은 악순환이 열돔현상 같은 지구의 번아웃을 초래하는 건 아닐까. 인간이나 지구나 번아웃 상태가 되면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불교신문3420호/2018년9월1일자] 

김숙현 논설위원·희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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