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때 이른’ 선거...‘살인적’ 의혹제기 돌파가 관건

제36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9월28일로 잡혔다. 총무원장의 임기는 본래 4년이지만 1년도 안 돼서 다시 치르는 조기선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임 총무원장의 궐위에 따른 혼란을 막고 종단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선거일정을 빠르게 짰다. 절집안의 금년 가을은 본격적인 선거시즌과 함께 온다.

선거는 어디서나 떠들썩하다. 하지만 이번 총무원장 선거의 특징은 ‘때가 이르다’는 점과 함께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다. 우선 예전에야 총무원장 선거가 있는 해는 거의 1년 내내 선거정국이었지만, 올해는 입방아를 찧을 날들이 채 1개월이 되지 않는다는 특수성이 있다. 현재 조계사 주변에는 7~8명가량의 원로 및 중진 스님들이 출마예상자로 거론된다. 법명만 들어도 다들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인물들인데, 정작 통례적이었던 출마기자회견이 하나도 없다. 후보등록이 시작되는 9월4일 이후에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조짐이다.

유난히 조용한 '선거국면'
9월6일 후보등록 마감돼야  
구체적 윤곽 드러날 듯

몸을 최대한 움츠리긴 선거권자들도 마찬가지다. ‘담합’이라는 오해에 유난히 민감하다. 6일 후보등록 기간이 마감되고 ‘주자’들이 공식적으로 정해지면, 그때부터 특정인에 대한 지지 여부를 논의하고 표심을 조율할 전망이다. 호남지역 교구의 한 중앙종회의원 스님은 “여야를 막론하고 직전 선거가 심하게 과열돼 홍역을 치른 데다, 섣불리 움직이면 선거법 위반 논란에 오르기 십상”이라며 “일단은 총무원장에 도전하겠다는 스님들 개인의 의지와 결단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안에서는 고요하기만 한데 밖에서는 이미 시장이 열렸다. 이른바 ‘조계종 적폐청산’의 기수로 떠오른 설조스님과 불교개혁행동은 8월30일 기자회견에서 ‘총무원장선거 중지’를 주장하며 강행할 경우 후보자 자격을 문제삼겠다고 공언했다. “불자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도 적폐청산운동에 동참하라”며 선거를 앞두고 판을 흔들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폭로와 반박과 공방, 무엇보다 ‘소음’이 일찌감치 예고된 상태다.

안은 조용한데 밖은 떠들썩
'후보자 자격 문제삼겠다' 등 
선거 앞두고 혼란정국 예고

사실 불교계 ‘대선’ 국면에서 일어나는 흑색선전은 이제 식상할 정도다. 종단의 행정수반인 ‘조계종 총무원장’은 세간으로 치면 대통령이다. 더구나 알다시피 ‘대한불교조계종’은 한국불교 최대종단이고 대표종단이다. ‘진짜’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독대할 수 있는 유일한 스님이란 상징적 위상을 갖는다. 그만큼 세간의 관심도 많고 또한 시샘도 많다. 정웅기 조계종 화쟁위원은 “총무원장이란 종단 내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불교계의 여론을 대변하는 자리이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총무원장이란 이름에서 권력의 냄새만 맡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입은 도끼(법구경)”라고 했다. 소문은 사실이 아니어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출가수행자의 모범으로 존경받던 스님도 ‘카더라’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끝내 서울을 일찍 떠야 했다. 교계 사정에 밝은 불교학자는 “제대로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일 때문에 자칫 그간의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당할까 부담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며 선거철 풍경이 잠잠한 이유를 짚었다.

'투명성'의 시대 버텨내야...
가장 '스님다운 스님'이
결국 종도들 선택받을 것
  

‘가짜뉴스’까지 버젓이 만들어내는 미디어환경이다. 다선(多選)의 어느 종회의원 스님은 “여태까지 수많은 총무원장 선거를 치렀지만 가면 갈수록 유력후보들이 인격살인에 가까운 신상털이를 당하는 것 같다”며 “심지어 부처님이 와도 조계종 총무원장이 되기가 쉽지 않은 현실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비단 한국축구 국가대표 감독직만이, ‘독이 든 성배’는 아닌 셈이다.

그래도 현 시대를 관통하는 기류는 엄연히 ‘투명성’이다. 36대 총무원장선거 역시 ‘검증’이 어느 때보다 뚜렷하게 부각될 전망이다. 불교를 잘 모르는 세인들은 조계종 총무원장이 가진 이미지를 통해 종단의 건전성을 넘겨짚게 마련이다. 결국은 외부세력의 무차별적인 의혹제기를 순조롭게 극복해내는 인물이 종도들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어느 교구본사 주지 스님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불자들의 자긍심이 더 이상 다치지 않도록 스스로 뜻을 접는 것이 좋겠다”고 제언했다. 종단개혁과 불교발전의 원력만큼이나, 왕관의 무게도 무거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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