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탄생

미야모토 케이이치·한상희 옮김/ 불광출판사

‘불교의 생성’ 화두삼은
인도사상 전공 日 학자

초기불교문헌 중심으로
부처님의 진면목 담아내

“불교는 다른 사상 장점
수용하며 성장·발전했다”

미야모토 케이이치 일본 고쿠가쿠인대 교수가 최근 불교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인문서 <불교의 탄생>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부처님이 깨달은 직후 6명의 제자에게 최초로 법문을 하고 있는 인도 샤르나트 박물관 소장 초전법륜상.

기원전 6세기 인도사회는 전통종교였던 베다의 영향력 약화와 경제력을 바탕으로 성장한 신흥 세력의 등장으로 사회적, 사상적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이 시기 등장한 수많은 자유사상 속에서 불교는 왕과 귀족, 대부호의 경제적인 후원을 바탕으로 교단을 유지하며 오랜 기간 인도 사상계의 우위를 점했다. 당시 수많은 사상 가운데 유독 불교가 오랜 기간 인도 사상계의 우위를 차지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인도철학과 인도사상사를 전공한 미야모토 케이이치 일본 고쿠가쿠인대 교수는 최근 펴낸 <불교의 탄생>에서 “불교가 다른 사상과의 융합과 대립을 통해 장점은 받아들이고 부족한 점은 보완하면서 끊임없이 성장, 발전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당시 불교와 다른 사상의 공통점과 결정적인 차이점을 중심으로 초기불교가 무엇을 말했는지를 풀어내는 등 불교가 가진 특징을 더욱 확실히 드러낸다. 이는 대중이 불교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 주목된다.

저자는 불교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붓다가 실용주의자이면서 원칙을 고집하는 것을 엄격히 경계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불교 발생 당시에는 없었으나 부처님이 받아들인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자이나교의 관습에서 유래한 ‘안거’다. 출가자는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 불교를 비롯한 대부분 교단의 기본 원칙이었으나 우기에 일정한 곳에 머무는 안거가 정착됐다. 살생을 꺼리는 자이나교에서 유래된 관습이지만 우기에는 아무리 조심해도 땅위로 올라온 개미를 비롯한 작은 생명을 죽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불교 역시 살생을 금하고 있었던 데다 우기에 외출할 경우 사고가 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채택된 이 관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부처님이 자이나교의 불살생 원칙을 모두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자이나교의 재가신자들은 땅속에 사는 미물을 죽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농업에 종사하지 않을 정도로 불살생을 엄격히 지켰다. 자이나교의 원칙에서 육류의 섭취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에 반해 부처님은 탁발을 통해 재가신자에게 받은 고기 요리라면 먹어도 된다고 허용했다. 재가자는 출가자에게 공양을 올리는 것으로 공덕을 쌓는데, 이를 방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저자는 “붓다는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리고 수행에 방해가 되지 않으며, 실용적이라면 기존의 관습을 다소 어기더라도 받아들이는 유연함을 보였다”면서 “당시 발생했던 사상 및 교단의 장점은 받아들이고 부족한 점은 보완했기 때문에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었고, 이런 이유로 기원후 1000년경 인도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해서 사상계를 주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저자는 오직 초기불교의 문헌을 중심으로 이후의 기록을 바탕으로 서술을 이어간다. 이는 “붓다 입멸 후 그 가르침을 정리하고 해설을 덧붙이면서 내용이 장황해졌는데, 부파불교 시대를 거쳐 성립된 대승불교의 기록 역시 변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제한 저자가 대승불교의 문헌을 비롯한 후대의 기록은 자료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대승불교에 익숙한 국내 독자라면 낯선 내용을 책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처님을 칭하는 명칭 가운데 ‘따타가따(tathāgata)’라는 용어는 우리에게 ‘(중생 구제를 위해) 이와 같이 온 분’이라는 뜻의 ‘여래(如來)’라는 번역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와 같이 (피안으로) 건너간 분’이라는 뜻의 ‘여거(如去)’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제행무상(諸行無常)’이 세상의 무상함이나 찰나멸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담은 가르침이 아니라 인간은 그리 오래 사는 존재가 아니므로 수행에 몰두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제안 등이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은 생성이라는 부분에 강하게 빛을 비춤으로써, 독자들이 불교란 어떠한 것인가에 대해 전체적인 이미지를 품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자신이 알고 있던 내용 가운데 이해하기 어려웠던 교리적 부분을 더욱 쉽게 이해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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