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사장 체제 8개월, 암울한 현주소

MBC의 불교폄훼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 17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조계사에 쫓겨났으며, 감금당하고 있다“는 보도 내용. 이는 명백한 오보로 확인됐다. 사회적 현안을 사실확인 없이 충격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내부분열과 최악에 빠진 경영상황을 타개하려는 자구책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사진=MBC 뉴스 캡쳐화면

지난 5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큰스님께 묻습니다’라는 제하의 PD수첩 프로그램을 방영해 물의를 빚었던 MBC가 이번엔 종단 현안과 관련 사실이 아닌 가짜뉴스를 내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MBC는 지난 17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중앙종회에서 불신임안이 가결된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조계사에서 쫓겨났으며,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 측 종무원들에게 감금까지 당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종단을 향해 지속적으로 근거 없는 비방을 일삼아 징계를 받은 강설스님의 문자내용을 확인 없이 보도한 MBC의 명백한 오보로 확인됐다.

어려운 내부 상황 타개위해
종단 현안 등 사회적 주목도
높은 사안 왜곡해 주목 끌어

파업 동참 안한 직원 ‘보복’
구성원 간 분열 심각한 상황
드라마·예능 뉴스까지 시청률↓
1000억대 적자 예상…해임건의도

물론 MBC는 과거에도 사실관계 확인 없이 종단을 폄훼하는 방송을 내보내 종도들의 뭇매를 맞았었다. 그러나 “공영방송이 복원되면 자승스님 특집을 MBC에서 내보내겠다”고 말한 최승호 사장이 지난해 12월 MBC 대표이사로 부임한 이후 잇달아 종단에 대한 악의적인 내용이 전파를 타고 있어 불자들의 공분은 더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회적 주목도가 높은 사안을 선정적으로 제작해 시청자의 이목을 끌려는 이들의 태도는 어려움에 빠진 MBC의 내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최승호 사장 부임이후 MBC는 경영악화 및 내부분열로 끊임없이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보복성 인사에 내편 감싸기…
‘다시 좋은 친구’가 아닌 ‘내 편만 좋은 친구’

최승호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올해 1월 'MBC정상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전 정부에서 자행된 ‘공영방송 장악 적폐에 대한 모든 것’을 조사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다수의 직원들 사이에서는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주도한 MBC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직원들을 처벌할 ‘보복위원회’라는 조롱과 불안감을 쏟아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가장 먼저 최 사장은 이전 보수 정권(2016~17년)에 입사한 계약직 아나운서 10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지난 2013년 신입 공채 이후 그동안 MBC는 계약직을 뽑아 부족한 인력을 충원했었는데, 해고된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주장에 따르면 언론노조 파업에 불참하고 보수 정권 아래에서 방송을 했다는 게 해고 사유라는 설명이다. 사측은 정당한 계약만료로 인한 해지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 사장이 지난해 12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구(舊) 체제에서 아나운서들을 탄압하고 내몰기 위해 계약직 아나운서를 뽑았다”고 밝힌 적이 있던 만큼 보복 해고라는 쪽에 무게가 쏠린다.

이처럼 대규모 인사대란은 지난해 말부터 조짐을 보였다. 최 사장은 부임과 동시에 간판 뉴스 앵커들이 모두 교체됐다. 또한 종합 인터넷 신문 <뉴데일리>가 단독으로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올해 6월27일 기준으로 파업불참 취재기자와 앵커 등 85명을 방송에서 배제된 상태라고 전했다. 보도 본부장을 지냈던 한 임원은 과거 뉴스 영상물에 색인을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사회부장을 지냈던 한 기자는 라디오 뉴스 편집을 하는 등 기존 업무와는 전혀 관계없는 엉뚱한 부서로 전출됐다. 공정하지 않은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비 언론노조인 경력기자가 병가를 신청하자 병원까지 찾아와 뒷조사를 감행하고 사내 감사국을 동원해 ‘파업불참’ 기자들의 사내 이메일까지 무단 열람한 사실도 드러났다. 불법 사찰을 당한 이들은 'MBC 언론인 불법사찰 피해자 모임'을 구성해 최승호 MBC사장과 박영춘 감사, 그리고 MBC 감사국 직원들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지난 3월 검찰에 고소한 상태이다.

반면 파업에 동참한 직원들은 문제가 발생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제 편 감싸기’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 관련 인사들에 대한 조사나 징계가 미비한 이유도 당사자들이 모두 언론노조원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지난 2013년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 ‘딸기 찹쌀떡의 눈물’편에서 청년사업가에게 파렴치한 짓을 한 악덕 업주로 소개된 안 모씨의 사례도 있다. 법원에서 사실상 조작방송임을 판명했지만 MBC가 아직까지 보도한 장 모 기자에 대한 처벌이 없다는 게 안 모 씨의 주장이다. 장 모 기자는 언론노조원 출신이다.

이순임 MBC공영노조위원장은 “정상화위원회가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의 인민위원회 같은 성격”이라며 “현재 MBC에서는 대화와 소통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내부 분열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1%대 뉴스 시청률, 떠나가는 시청자…1000억대 적자 예상

내부 파열음이 커짐과 동시에 MBC를 바라보는 시청자들도 점차 떠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적폐 청산’을 외치는 최승호 사장 체제가 출범한지 8개월이 넘었지만 MBC는 연일 최악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 드라마를 비롯해 뉴스 등 몇몇 프로그램은 종합편성채널보다 밀리는 추세이다.

과거 ‘드라마 왕국’이라 불렸던 명성은 사라졌다. 지난달 말 시작한 월화드라마는 지상파 방송 3사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수목드라마 역시 동 시간대 다른 방송국에 비해 좋지 않다. 우리나라 예능의 대표주자였던 ‘무한도전’이 종영하면서 눈에 띄는 예능프로도 미비한 상태이다.

아울러 간판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가 지난 5일 1.97%의 역대 최저치 시청률을 기록한 점은 현재 MBC가 처한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최승호 사장은 취임 후 현재까지 “반성과 사과로 다시 출발하겠다”며 뉴스데스크 앵커 2번이나 바꿨지만 종합편성채널인 JTBC 뉴스의 3%대에도 밀리는 수준이다. 그 원인을 백화점식 뉴스 나열과 기계적으로 제작하는 단순 스트레이트 식 배치 등으로 꼽고 있지만 특정 정당을 옹호하는 편파 뉴스에 대중들이 부담감을 갖는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시청률은 방송사의 수익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다. 뉴스를 비롯해 드라마 예능의 시청률 떨어지면 광고 수익이 줄어들고 그만큼 회사 경영에 심각한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MBC공영노조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지상파 방송 3사의 광고영업 실적(TV+라디오+DMB+평창올림픽+러시아월드컵 포함)에 따르면, KBS 1840억원 SBS 1900억인 것에 비해 MBC는 1450억원으로 가장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MBC의 관리 감독 기관인 방송문화진흥원(방문진)에 따르면 지난해 MBC는 565억의 적자가 발생했고 올해 1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비록 안건은 폐지됐지만 방문진 정기 이사회의 야권 추천 이사들이 시청률 부진 등을 이유로 최 사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제출한 바 있다.

김관규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장(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은 “이번 MBC의 가짜뉴스 사건을 비롯해 최근 조계종에 대한 보도 행태는 현 모습을 그대로 보지 않고 조그만한 사실도 침소봉대하는 ‘선입견이 가져온 오만’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지 않은 내부 상황을 처리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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