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말사간 소통 중시…흩어진 제주불심 하나로

제주지역 불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23교구본사 관음사는 예멘난민 문제가 발생하자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음사 주지 허운스님과 제주지역 신도단체들이 조계종 사회노동위와 함께 예멘 난민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제주불교 중심에 관음사
2개월마다 본말사 간담회
사찰‧교구‧종단 현안 논의

수차례 고비 겪으면서도
제주불교계 역량 결집해
예멘난민 위해 지원 손길

제23교구는 제주특별자치도를 관할하는 조계종의 지역교구로 제주시 한라산 중턱의 관음사를 본사로 하고 있다. 30여 사찰을 말사로 두고 100여명의 재적 스님들이 소속돼 있다. 사찰수나 재적 스님의 수가 다른 교구에 비해 규모가 적지만 제주도 전체를 책임지는 중요한 교구라 할 수 있다. 23교구는 제주불교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구별 재적승 규모를 보면 직할교구가 가장 인원이 많고 12교구 해인사와 14교구 범어사, 15교구 통도사, 5교구 법주사 등의 순이다. 23교구는 가장 적은 인원이다. 한해 살림살이도 열악한 편이다.

23교구는 일제강점기까지 백양사 관할에 있었으나 1962년 통합종단 출범과 함께 23교구로 독립해 독자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백양사와 범어사에서 포교원력을 갖고 제주도를 찾은 스님들도 있었다. 하지만 사찰수나 스님의 수가 턱없이 모자라는 등 애초부터 교구로서의 제 역량을 발휘할만한 기반이 마련되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 이 때문에 23교구는 미완의 교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교구사를 살펴보면 수차례 부침도 있었다. 제주4.3항쟁은 제주불교의 근간이 흔든 대사건이었다. 제주지역 전반에 걸친 격동의 사건이었으니 제주불교계에도 적지않은 타격이었다. 한라산 기슭에 위치한 23교구본사 관음사는 4.3항쟁 기간 동안 사찰이 전소되고 폐사되기까지 했다. 관음사는 제주시내 포교도량 보현사로 내려와야 했다. 대웅전이 4.3항쟁이 발발한지 20년 뒤인 1968년에야 복원됐으니 제주불교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힘을 길러왔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벌인 제주불교계에 대한 탄압과 폐사 조치, 23교구가 기반을 닦는 과정에서 발생한 2007년 관음사 사태 등도 제주불교에 적지않은 타격을 주었다.

23교구는 지난한 세월을 딛고 최근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다른 교구와 비교한다면 여전히 미흡하고 부족한 면이 많지만 제주불교의 현실을 감안했을 때 현재의 안정기를 거쳐야 한단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관음사 주지로 부임한 허운스님이 교구 발전을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교구 소통과 화합이다. 취임과 함께 추대한 조실 종호스님을 중심으로 교구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데 앞장서고 있다. 2개월에 한번씩 본말사 주지 간담회와 회의를 열어 각 사찰의 애로사항에 대한 청취와 공유 등 교구내 현안은 물론 종단 현안을 논의한다. 교구내 스님들과의 소통의 기회가 늘어나 서로의 벽도 허물어지고 친밀도도 높아졌다. 이같은 변화가 23교구 내 민심의 변화로 이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23교구본사 관음사 전경.

23교구의 현재를 가늠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현안에 대한 대응하는 능력을 살펴보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예멘 난민 문제가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며 23교구의 역량도 드러났다. 관음사가 중심이 된 제주불교계는 예멘난민돕기 제주불교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즉각 예멘 난민 문제에 적극 뛰어들었다. 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거주지 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섰다. 제주불교가 긴급히 마련한 난민 시설엔 현재 10명의 난민이 입소해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정착지원을 받고 있다. 과거 제주불교의 역량에 비교한다면 괄목할만한 성장이 아닐 수 없다.

내달에는 제주불교방송 개국을 앞두고 있다. 제주불교와 불자들의 원력과 동참으로 일궈낸 성과다. 다른 종단 사찰들과의 연계와 협력도 제주불교방송 개국을 앞당기는데 동력이 됐다. 이를 계기로 관음사는 각 종단별로, 또는 사찰별로 흩어졌던 제주지역 불심을 하나로 모아 하나의 제주불교를 만들어나간다는 계획이다.예멘난민 지원을 위해 관음사를 중심으로 제주지역 신도단체들이 힘을 모으면서 제주불교가 힘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로 작용했다. 허운스님은 “예멘난민 지원은 난민들의 의식주 문제 뿐만 아니라 생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지원이 이뤄져야하기 때문에 관음사 재정이나 역량으로 사실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도 “관음사가 제주지역의 구심점이 되어 제주불교를 하나로 엮어낸 점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관음사는 아직 풀어야할 숙제가 적지않다. 교구 역량에 있어서 여느 교구와 비교하더라도 손색이 없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교구본사로서의 사격을 갖추는 관음사 성역화와 근대 제주불교 제주지역의 독특한 유무형의 불교문화 발굴, 4.3항쟁 당시 피해현황 연구, 시내지역 포교 활성화 등도 숙제로 남아있다.

전통 문화원형 발굴과 복원으로 재현된 한라산 영산대재
관음사 주지 허운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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