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림종합사회복지관, 어린이 다도예절 교실

중림종합사회복지관이 지난 17일 ‘마음이 자라는 아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초등학생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한창 시끄러울 나잇대 아이들이 모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법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장난기 가득 웃다가도
기다림, 배려심 배우며
제법 의젓한 모습 보여

“차 한잔 드시지요~.” 낮고 무겁게 깔린 목소리로 차를 따르는 어린 팽주 얼굴이 씰룩 거린다. “네. 그러지요~.” 답하며 차를 받는 팽객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어렵다. 매사 장난스럽고 호들갑스러운 아이들이지만 다도 예절을 배우는 이 시간만큼은 제법 의젓한 팽주(차를 끓여 대접하는 사람)와 팽객(차 대접 받는 사람)이다. 개구쟁이들답게 선생님 농담 한 마디에도 데구루루 구르고 ‘깔깔’대며 웃음을 멈추지 못하지만, 금세 팽주와 팽객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차 한잔에 서로의 눈빛과 마음을 주고 받는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 위탁·운영하는 중림종합사회복지관 ‘마음이 자라는 아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던 지난 17일. 초등학생 20여 명이 모인 다목적실은 이상하리 만큼 조용했다. 초등학생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한창 시끄러울 나잇대 아이들 수십명이 모였지만 심신을 단련하는 수업이 진행되는 이날만은 수행자처럼 몸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예절 및 다도 교육을 담당하는 김만주 한국예절사협회 강사는 폭염 날씨에도 한복을 곱게 차려입었다. 아이들도 이에 화답하듯 웃음기를 쏙 뺐다. 다도 실습에 들어가기 앞서 율곡 이이 선생의 ‘구사구용’(九思九容), 아홉가지 몸가짐과 아홉가지 마음가짐을 배운 아이들은 ‘공수’ 자세를 하며 서로에게 예를 표하는 법부터 배웠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아이들도 시간이 지나자 서로에게 예를 갖춰 인사를 하고 의젓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김만주 강사는 “자기중심적 사고가 강한 요즘 아이들에게는 기본 예절과 다도 예절을 배우는 이 시간은 단지 옛 것을 배우고 차를 마시는 때가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고 참을성을 키우는 특별한 기회가 된다”며 “맞벌이 부부 아래 부모와 소통하기 힘든 아이들이나 학업에 쫓겨 어른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겐 특히 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다도 교실은 ‘차를 마시는 법’이 아니라 기다림을 배우는 시간. 아이들은 천천히 차를 우리며 기다림의 시간을 갖고, 상대에게 예를 다해 한 잔의 차를 대접하며 상대에 대한 배려와 고마움을 알아갔다.

아이들이 ‘차를 드시지요~’ 하며 어색하게 차를 마시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이 3살 많은 초등학교 6학년에게 존댓말을 받으며 찻잔 건네 받기도 처음 해보는 일. 13살 언니에게 지극한 차 한잔을 대접받은 봉래초등학교 3학년 홍현진 양은 이번엔 반대로 뜨거운 찻물이 가득 든 다관(찻물이 든 주전자)을 두 손으로 야무지게 잡았다. 혹시라도 차를 흘릴까봐 숨을 죽이고 찻물 따르기에 한껏 정신을 집중하던 현진 양은 “차가 쓰다”는 언니 말에 “선생님이 욕심을 부리면 차가 쓰다 했다”며 “욕심을 많이 부려 그런가보다”고 멋쩍게 웃었다.

“선생님~! 수행자처럼 천천히~ 천천히~ 물을 따르라고 했는데 얘가 너무 빨라요” “다식 먹을 때는 오른손으로 약과를 집어서 ‘다지’에 감싸 세 번에 나눠먹는 거 맞지요?” “선생님, 계속 앉아 있었더니 다리가 너무 저려요.” 시끌벅적 다도 수업 시간이지만 이내 친구 따라 앉음새마저 조용해지는 아이들이다.

경륜경정사업본부 동대문지점 후원으로 진행되는 중림종합복지관 어린이 심신 단련 프로그램 ‘마음이 자라는 아이’는 오는 31일까지 매주 금요일 진행된다. 전통 예절 배우기, 마실 거리를 우려내는 행다시연(行茶試演) 등을 한다. 이운희 중림종합사회복지관장은 “차 한잔에 오랜 시간 공을 들이는 다도 프로그램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며 “아이들이 복지관에서 머물며 전통 예절과 불교 문화를 자연스레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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